한국 여권 소지, 정신 감정 이상 없어…
신분 파악·증거물 분석 등 검찰 요청으로 재판 2주 후 연기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의 관저 밖 보안구역을 침입한 한국인 이병진(32)씨가 3일 오전 런던 치안재판소 법정에 처음 출두했다.
오전 11시 워크먼 판사 주재로 열린 이 재판은 그러나 검찰측이 피의자의 신분 확인과 증거물 분석에 걸리는 시간을 감안해 2주 간의 법정유예기간을 요청함에 따라 17일 다시 재판을 열기로 하고 15분만에 끝났다.
검찰은 이씨가 약 25㎝ 길이의 식칼을 소지한 채 런던 다우닝가 10번지 총리관저 뒤쪽 철제 난간을 넘어 보안구역으로 침입했다가 경찰관과 난투 끝에 체포됐으며 경찰관 폭행과 흉기 소지 혐의로 입건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아직 피의자의 신분을 정확히 밝히지 못했고 체포 당시 소지한 신용카드와 총리 관저 폐쇄회로를 분석하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검찰은 말했다.
170㎝ 가량의 키에 감색 재킷, 청바지 차림으로 법정에 출두한 이씨는 주소지를 묻는 판사의 질문에 ‘미국 뉴욕주’라고 밝혔다. 이씨는 경찰의 신문 과정에서도 자신이 미국인이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역을 대동한 이씨와 변호인은 2주 후로 재판을 연기하자는 검찰측 요청을 받아들이겠다고 동의했다.
앞서 런던경찰청 대변인은 “1일 밤 10시35분쯤 한 남자가 다우닝가 관저 뒤쪽 L자형 도로에서 체포됐다”며 당시 블레어 총리는 관저에 있었지만 전혀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고 안전에 아무런 위협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씨는 1.8m 높이 철제 난간을 넘어 보안구역으로 들어오자마자 경찰의 제지를 받아 난투를 벌인 끝에 바로 체포돼 런던 시내 중심부 한 경찰서로 이송됐다.
이씨를 대변하는 국선변호인인 벤 타이스허스트는 법정 출두 전 이씨가 의사의 검진을 받았으며 여기서 정신건강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씨는 한국대사관 사람들을 만나겠느냐는 요청에 거부 의사를 표명했다고 변호인은 전했다. 영어는 능통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영한국대사관의 신원 조회 결과 이 씨는 대전 출신으로 한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으며 출입국 기록상 1999년부터 2003년까지 미국에 체류한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씨는 2003년 한국에 입국했다 2005년 12월 홍콩으로 다시 출국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후 홍콩에서 영국으로 왔으며 여권상 이미 6개월의 영국 체류기간을 넘겨 불법 체류자인 것으로 주영한국대사관측은 파악하고 있다.
한국대사관의 이상식 경찰주재관은 “한국의 부모와 연락을 취해 이 씨의 신원을 정확히 확인하고 이씨가 정신병력이 있는지 우선 알아볼 생각”이라며 “이씨의 권익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런던 경찰과 협력해 대사관에서 최대한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