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당사 9층엔 이회창 대통령후보 특별보좌역, 보좌역실이 있다. 요즘 이 방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전후보의 낙선과 함께 특보, 보좌역들도 일제히 자리를 비웠다. 특보, 보좌역 직책은 한나라당 기구가 아니라 이전후보 개인보좌 조직이다.
양휘부, 이종구 전 공보특보는 당분간 이전후보를 보좌한다는 계획이다. 양전특보는 이전후보의 정계은퇴 선언 이후 이틀에 한 번꼴로 옥인동 자택을 찾아 이전후보를 만났다. 이전후보가 편안하게 얘기할 수 있는 말동무가 되고 있는 셈이다. 이전후보는 97년 대선 때는 패배를 담담하게 받아들였다. 5년 뒤 재기하겠다는 의욕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때는 대통령후보 경호팀이 마지막 보고를 하면서 울먹이자 이전후보가 이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그러나 2002년의 대선 패배는 이전후보의 꿈이 완전히 좌절됐음을 의미한다. 이는 한나라당과 이전후보 측근들에게도 큰 정치적 타격이었다.
이전후보 집권시 장관, 방송사 사장, 청와대 수석비서관 중 한 자리에 기용될 것으로 예상됐던 양전특보는 “장기적으로 어떻게 할지 좀더 생각해봐야겠다”고 말했다. 25일 이전후보는 김정훈 전 후보 법률특보를 불렀다. 변호사인 김전특보는 김대업씨의 병풍 의혹을 방어하는 등 이전후보의 신임을 받고 있었다. 김전특보는 “이전후보가 대선 이후 법률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뒷마무리를 잘 해달라고 했다”고 말했다. 김전특보는 당분간 이전후보 주변에 남아 이전후보를 도운 뒤 고향인 부산으로 내려갈 생각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다수 특보들과 보좌역들은 할 일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정치권에선 ‘전부 아니면 전무(All or Nothing)’라는 법칙이 대선 패자에겐 너무 잔인하다고 말하고 있다.
한나라당 대선 지도부는 2선 퇴진이 가시화되고 있다. 대선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지 않았더라도 이전후보의 측근으로 분류된 한나라당 의원들 역시 이전후보의 정계은퇴로 정치활동에 직접적 제약을 받는다. 한나라당엔 16대 총선 당시 이전후보의 적극적 추천으로 지역구 공천을 받았거나 비례대표가 된 의원들이 20~30여명에 이른다. 대선 패배 이후 한나라당 내에 개혁바람이 불면서 민정계 중진 의원들와 함께 이들 이전후보 측근 의원들은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채 잔뜩 움츠려 있다.
주간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