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첫 직파간첩… 주요시설 촬영임무 수행
참여정부 들어 처음으로 북한이 직접 남파한 이른파 ‘직파간첩’이 공안당국에 의해 적발됐다.
이 간첩은 1996∼1997년 수 차례 태국인 행세를 하며 국내에 잠입해 군 레이더기지, 미군부대, 원전 등 이른바 ‘전시 타격목표’를 촬영한 데 이어 최근 필리핀 국적으로 위장해 다시 잠입하다 덜미를 잡혔다.
21일 국회 정보위 등에 따르면 국가정보원은 필리핀 국적으로 위장해 7월 27일 국내에 들어온 남파간첩 정경학(48·사진)을 붙잡아 국가보안법상 목적수행 간첩, 금품수수, 특수잠입탈출 등 혐의로 구속하고 지난 18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결과, 정은 노동당 35호실 소속 공작원으로, 1995년 12월 태국에서 현지인으로 국적을 세탁한 뒤 1996년 3월부터 1998년 1월 사이에 3차례 국내에 잠입했으며 이 가운데 1996년 3월과 1997년 6월에는 ‘전시 정밀타격을 위한 좌표확인’ 목적 등으로 주요시설을 촬영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가 촬영한 곳은 울진 원전, 천안 성거산 공군 레이더기지, 용산 미8군부대, 국방부·합참청사 등이었고 청와대의 경우 1996년 3월 두 차례 시도했으나 경비가 삼엄해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번에는 지난 6월 ‘남조선 장기침투 여건 조성’ 지령과 함께 공작금 1만 달러를 받고 국내 장기 침투 여건을 탐색하기 위해 ‘켈톤’ 명의의 필리핀 여권을 갖고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에 잠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태국에서 활동할 때 ‘정선생’으로 불린 그는 1993년 7월부터 동남아지역에서 활동하면서 방글라데시, 태국, 중국, 필리핀 사람으로 4차례 국적을 세탁해오면서 정영학, 정철, 모하메드, 마놋세림, 켈톤 등의 가명을 사용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함경남도 함주 출신의 그는 1976년 김일성종합대학 외국어문학부 2학년을 중퇴한 뒤 인민군 총정치국 적공국의 사병, 공작원 등을 거쳐 1991년부터 대외정보조사부(현재 35호실) 공작원으로 선발됐으며 김정일정치군사대학의 교육을 받고 1993년 7월부터 방글라데시 등지에서 활동해왔다.
35호실은 통일전선부, 작전부 등과 함께 노동당 내 대남 조직으로, 해외정보를 수집하고 해외인사를 포섭해 남한에 투입시키는 등 제3국에서의 대남사업을 주관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국적 세탁을 거쳐 남파된 사례로는 필리핀인으로 위장해 국내 대학 교수로 활동하다 1996년 적발된 ‘무하마드 깐수’ 사건이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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