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 위해 수천만원 빚
“불임치료를 받기 위해 진 빚만 2400여만 원이에요. 이번엔 꼭 성공해야죠.”
김현숙(가명·27·여) 씨는 배란유도주사만 벌써 100여 번이나 맞았다. 그는 지난해 2차례 인공수정에 실패한 뒤 지푸라기를 잡는 심정으로 이달 초 시험관아기 시술을 신청했다. 이를 위해 앞으로 배란유도주사를 10번이나 더 맞아야 한다.
2001년 남편(36)과 결혼한 김 씨는 4대 독자인 시아버지를 볼 때마다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다. 그는 한 차례 진료비와 약값으로 10만 원 이상씩 들었고 인공수정 시술비로 200만 원 이상을 냈다. 남편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주말에도 쉬지 않고 일했지만 월급 150만 원으론 진료비를 대기 어려웠다.
선명희(가명·35·여) 씨는 11년 동안 7번의 인공수정과 22번의 시험관아기 시술을 받아 지난해 4월 쌍둥이를 낳았다. 그동안 1억여 원이 들었으며 이 가운데 5000만 원은 빚이다. 그는 현재 월세 25만 원을 1년째 내지 못하고 있다.
불임 환자들은 김 씨와 선 씨처럼 경제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 2003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불임치료 경험이 있는 15∼44세의 기혼여성 47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26.6%가 비용 부담 때문에 불임 치료를 중단했다고 대답했다. 이들 가운데 83.2%는 불임 치료 비용이 가정 경제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정부는 올해 465억 원을 들여 전국의 불임 여성 1만6426명을 선정해 시험관아기 시술비로 1인당 1년에 최대 300만 원까지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까다로운 신청 조건 때문에 마감일인 지난달 31일까지 신청률이 78.9%에 그쳤다. 신청 기준은 월평균 소득이 도시근로자 평균 소득의 130% 이하(2인 가족 기준 419만 원)인 만 44세 이하의 불임 부부.
난임 부부 동호회 ‘아가야(agaya.org)’의 박춘선(40·여) 대표는 “불임 치료에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