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 EU 가입 ‘기대 반 걱정 반’
12월1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담에서 매우 중요한 결정이 내려졌다. 폴란드, 헝가리, 체코, 슬로바키아,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 라트비아, 에스토니아, 몰타, 키프로스 등 동유럽 10개국의 EU 가입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이날 결정에 따라 이들 10개국은 2004년 5월1일부터 EU 회원국이 된다. 이들 나라 중 지중해의 작은 섬나라인 몰타와 키프로스를 제외하고는 모두 ‘동구권’ 국가들이다.
이날의 결정은 사뭇 큰 의의가 있다. 역사적으로 보면 동서 유럽의 분열은 로마제국 시절에 이미 시작됐다. 이후 내내 대립해오다가 50여년 전 얄타와 포츠담 회담을 계기로 결정적으로 갈라서게 되었다. 굳게 닫힌 철의 장막 안에서 동유럽 국가들은 소련의 위성국가와 공산정권이라는 공통분모로 뭉쳐 있었다. 이러한 두 세계가 EU라는 이름 아래 하나가 되었으니, 이날은 독일 외무장관 요쉬카 피셔의 말처럼 ‘역사적인 날’이요, 냉전 종식을 최종적으로 공인한 날인 셈이다.
이날은 또한 제2차 세계대전의 영웅, 윈스턴 처칠의 꿈 ‘유럽 합중국’이 실현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는 1946년 폐허의 한복판에 서서 “공통의 유산을 물려받은 우리 유럽이 언젠가 하나가 된다면 그 어떤 장애물도 우리 4억 인류의 행복과 복지, 번영을 가로막지는 못할 것이다”라는 명연설로 오늘날 EU의 정신적 초석을 놓았다.
새로이 10개국 7천5백만명의 식구를 맞아들이게 된 EU는 이제 총 25개국 4억5천만명을 거느린 거인으로 우뚝 섰다. 이는 미국을 능가하는 규모다. 장차 단일헌법과 단일통화, 그리고 자체 방위군을 보유함으로써 국제경제 영역에서뿐만 아니라 국제정치 영역에서도 거인에 합당한 위상을 누릴 것으로 예상된다.
폴란드·헝가리 등 10개국 7천5백만명 편입
서유럽 사람들 냉담 속 유럽 통일 큰 진전
‘낯선 이웃의 접근’
본능적 경계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는 서유럽 사람들의 시선은 의외로 냉담하다. 환호와 기쁨 대신 왠지 모를 불안감과 거부감이 느껴진다. 룩셈부르크의 장 클로드 정커 총리는 “국민들 사이에 뭔가 심상치 않은 기운이 느껴진다”고 말했다. 이전 남유럽, 북유럽 국가들의 EU 가입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단절된 채 살아온 ‘낯선 이웃의 접근’에 대한 본능적인 경계심 탓이다.
특히 국경지대에 사는 구동독 주민들이 동유럽 국가들의 EU 가입에 대해 부정적이다. 왜냐하면 그들은 이미 동쪽 나라에서 건너온 수많은 불법체류자, 난민 등으로 인한 골치 아픈 문제를 그 누구보다도 피부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앞으로 자동차 도난, 매춘 등의 사회적 문제도 더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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