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의 나라 영국이 최근 도박꾼의 나라로 바뀌어가고 있다. 도박이 합법화되고 세금도 없어져 유럽 각지에서 노름꾼들이 영국으로 몰려들고 있다. 이에 따라 도박중독자들도 늘어나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얼마 전 유명한 축구클럽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공격수 웨인 루니가 70만파운드(약 12억원)의 도박 빚을 지고 있다고 공개한 적이 있다.
문제는 도박이 영국의 남녀를 불문하고 점차 확대된다는 점에 있다. 150여 년 간 불법화되었던 도박은 1961년에 합법화되었다.
합법화된 이후에도 마권영업장은 밖에서 볼 수 없도록 커튼을 쳐야 했고 내부 조명도 어둡게 해야 했다. 그러나 1994년 이런 규정조차 없어지면서 마권영업장이 우후죽순으로 늘어났다. 이에 따라 축구나 경마 등 모든 경기에 내기를 거는 도박장은 이제 우체국 다음으로 흔히 볼 수 있는 가게가 되었다. 2001년에는 도박세도 폐지되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영국 성인의 3분의 2가 정기적으로 돈을 내기에 거는 것으로 밝혀졌다. 90%가 지난 1년 간 도박장에 간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는 점은 도박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있나를 잘 보여주고 있다. 인터넷 사용자가 늘어난 점도 노름꾼 급증에 한몫을 담당했다.
영국회계감사원은 지난해 도박업소에서 거래된 돈이 약 530억파운드(약 90조원)라고 추정했다. 가구당 일년에 약 34만원을 도박으로 썼다는 의미다.
토니 블레어의 노동당 정부도 도박산업의 활성화에 발벗고 나섰다. 전국에 17개 카지노장 개설이 곧 허가된다. 이 가운데 1개는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규모에 맞먹는 초대형 카지노다.
중부에 있는 항구도시 블랙플 등 쇠퇴일로를 걷고 있는 많은 도시들이 도시재개발의 일환으로 카지노 유치 신청서를 제출했다.
당연히 도박중독자도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 이에 대한 정확한 실태조사조차 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