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달러화 약세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아시아와 유럽 등 주요 대미 교역국들의 경제에 조금씩 주름살이 생기고 있다. 특히 일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 끼치는 파장이 큰 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이 9일 보도했다.
미 달러는 지난 8일 일본 엔화에 대해 111엔대에 거래돼 8개월만의 최저치를, 한국 원화와 싱가포르 달러화 등에 대해서는 8년 만의 최저치를 나타냈다. 유로화에 대해서도 내림세가 계속됐다. 9일에는 미 달러 가치가 미세한 수준의 오름세를 보였지만, 주요7국(G7) 재무장관 회담 이후 가속화된 하락세에 대한 일시적 반등으로 풀이된다.
관심의 초점인 중국 위안화에 대해서도 달러는 약세를 보일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 재무부가 10일 상반기 환율 보고서를 내놓으면서 중국 정부에 대해 어떤 형태로는 위안화 절상 압력을 강화할 것이고, 중국이 이를 마냥 외면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는 다시 아시아 통화가치의 동반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 정부가 ‘약달러’정책을 적극 추진하기로 했다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고 9일 전했다. 팀 애덤스 미 재무차관이 며칠 전 일본 정부 등이 달러 약세를 완화하기 위해 외환시장에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비판하고 나선 점 등이 그 근거라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지금까지 공식적으로는 ‘강달러’정책을 표방해왔다.
달러 약세는 대미 수출이 많은 나라에는 악재다. 자기나라 통화가치가 올라감에 따라 미국의 수출경쟁력은 높아지는 반면, 이들 나라의 수출경쟁력은 떨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본에서는 모처럼 되살아나는 경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수출업계를 중심으로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한국 수출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현대자동차의 1분기 순익이 38% 줄어든 것은 달러약세 탓이 적지 않다고 보도했다. 중국도 위안화 가치가 올라가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유럽 역시 달러약세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