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달러당 930원 아래로 내려가면 대다수 중소기업들이 수출 불가능 상황에 빠진다는 분석이 나왔다.
9일 산업연구원이 423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원화강세에 따른 수출 중소기업 영향 점검’ 보고서를 보면, 중소 수출기업들의 수출불가능 환율은 평균 928원, 손익분기점은 1012원으로 조사됐다.
수출 불가능 환율을 업종별로 보면 전기·전자(921원), 화학(924원), 기계(927원) 등이 비교적 낮았고, 섬유·의류(935원), 철강·금속(945원) 업종은 평균치를 웃돌았다. 수출 불가능 환율이 높은 섬유·철강 등은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과 가격경쟁이 심각한 업종들이다. 손익분기점 환율은 기계류 1005원, 화학공업 1008원, 전기·전자 1009원, 섬유·의류 1014원, 철강·금속 1021원 등으로 조사됐다.
조사가 실시된 지난달 초 환율은 970원 안팎이었다. 당시 조사에서 ‘이미 적자를 보고 있다’는 기업이 26%, ‘손익분기점에 직면했다’는 기업은 54.6%에 이르렀다. 경상흑자를 유지하고 있다는 기업은 19.4%에 그쳤다. 지난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이 953.2원까지 떨어졌음을 고려하면, 적자수출 기업의 비율은 더 높아졌을 것으로 보인다.
원-엔 환율 급락으로 엔화 결제 기업의 어려움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대금을 엔화로 결제하는 중소기업의 손익분기점 환율은 100엔당 평균 971원으로 조사됐다. 최근 원-엔 환율이 809원선까지 떨어졌기 때문에 일본 수출 중소기업의 대부분이 손익분기점을 밑돌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 당시 엔화 결제 수출기업 중 ‘이미 적자를 보고 있다’는 비율은 47.7%였는데, 이는 달러 결제 기업들의 두배 수준이다.
양현봉 산업연구원 중소·벤처기업실장은 “외환위기 이전을 고려할 때 최근 환율은 정상 수준을 찾아간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정부는 환율하락의 속도를 조절하고, 기업들은 기술개발·투자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