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새 이민법안 처리를 반대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 상원 법사위원회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제안한 ‘초청 노동자 프로그램’을 포함한 절충안을 통과시켰다.
상원 법사위에서 절충안이 통과됨에 따라 시위사태가 한 고비를 넘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공화당 보수파 의원들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불법체류자의 완전 추방을 내용으로 하는 하원 통과안을 고집하고 있어, 상원 본회의 심의과정에서 여전히 논란이 예상된다.
27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상원 법사위는 이날 지난해 12월 하원을 통과한 ‘센센브레너법안’을 고쳐 부시 대통령의 제안 및 그동안 각 당에서 제기됐던 다양한 수정안을 모두 포함한 포괄적인 이민법안을 찬성 12대 반대 6으로 처리했다.
이 안은 불법 이민자들을 공개 등록시켜 합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길을 열어 주는 초청 프로그램을 도입하고 시민권 신청을 위해 출국할 필요가 없도록 했다.
또 적발된 불법체류자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도 삭제했다.
대신 멕시코 국경 순찰요원을 늘이는 등 밀입국 방지에 중점을 두고 있다.
상원은 이 절충안을 놓고 28일 전체회의를 시작하며 다음달 10일께 표결에 붙일 예정이다.
상원 법사위의 절충안 통과에 대해 미국 불법체류자가 가장 많은 멕시코의 언론들은 “사실상 1,200만명 불법 체류자들의 합법화를 허용하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하며 환영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남미계로 구성된 시위대들도 안정을 찾을 전망이다.
그러나 상원 법사위의 절충안 통과에 앞서 이날 낮 하원안에 대한 반대·항의 시위가 전국에서 계속됐으며 시위대에 고등학생들까지 가세를 했다.
세계일보
● 한인 20여만명도 전전긍긍… 가족 구성원 중 체류자격 못 얻은 경우 많아
미국 인구통계국 자료와 한인사회의 말을 종합하면, 적법한 자격 없이 미국에 머물고 있는 한인 인구는 18만~20만명으로 추산된다. 단기 체류자격을 얻었다가 체류 기간을 연장하지 못하거나 영주권·시민권 얻기에 실패한 이들이 3분의 2 가량이고, 나머지는 밀입국자로 추정된다.
재미 한인동포들은 가족 구성원 중 일부가 사정이 여의치 않아 체류자격을 얻지 못한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크게 불안해하고 있다. 가족까지 치면 100만명 가까이 이 법의 영향권에 들게 된다는 것이다. 또 캘리포니아주를 중심으로 한인 동포들의 30%가 종사하는 의류·봉제업에 미등록 노동자가 많다는 점은 동포사회의 경제를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25일 로스앤젤레스 시위에는 1천여명의 동포들이 풍물패를 앞세우고 참여했다. 또 한인 교회 지도자들이 다른 나라 출신 지도층과 함께 워싱턴을 찾아 ‘센선브레너법’ 저지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로스앤젤레스의 한인 권익단체인 민족학교의 김용호씨는 “이민사회는 교회가 중심인데, 체류자격이 없는 사람과 어울리면 처벌하겠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도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한편, 미 상원에는 불법이민자들이 일정기간 특정 직군에서 일하면 체류자격을 주자는 상원의원 발의 법안 2개도 제출돼 있다. 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인 빌 프리스트는 불법체류자의 고용주를 처벌하는 내용의 법안을 회부하겠다고 밝혀, 불법이민자들의 처지에 영향을 줄 법안 4개가 동시에 다뤄지게 됐다. 결론은 다음달 말께 나올 전망이다.
1200만명으로 추산되는 미국의 불법이민자는 전체 노동력의 4.9%를 차지하지만, 농업노동의 24%, 건설노동의 14%를 담당하며 저임금 영역에서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