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무장세력에 의해 피랍됐던 KBS 두바이 주재 용태영 특파원(사진)이 만 하루 만에 무사 귀환했다. 용특파원의 석방은 피랍된 지 24시간 만이라고 외교부는 설명했다.
용특파원은 이날 석방 직후 “본의 아니게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말했다.
이 사건은 공영방송인 KBS가 외교부의 ‘고지’를 무시하고 ‘여행제한지역’에 해외주재 특파원을 파견함으로써 발생한 위험으로 범국민적인 우려와 물의는 물론 정부 외교력의 막대한 낭비를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건이 당사자의 무사귀환으로 귀결된 바로 뒤 이스라엘 주재 박경탁 대사는 “가자 지구의 위험성이 높아져 3단계 경고지역이 됐기 때문에 우리 국민에게 들어가지 못하도록 고지하고 있다”면서 “이번 일을 교훈삼아 출입을 삼가해주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평소 외교통상부는 국민들의 안전을 위해 세계 각국별 정정불안, 치안상태, 테러위험의 정보를 토대로 4단계 여행경보를 고지하고 있다.
1단계는 신변안전에 주의해야 하는 ‘여행유의’, 2단계는 신변안전에 특별 유의하며 여행필요성을 신중히 검토해야 하는 ‘여행주의’ 단계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이 해당된다.
용특파원이 피랍된 이스라엘 가자 지역은 3단계 ‘여행제한’지역, 여행삼가및 긴급 용무가 아닌 한 귀국해야 할 국가다. 외교통상부는 KBS의 용특파원 파견시 ‘불가’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4단계는 현재 전시의 이라크 처럼 즉시대피 또는 철수해야 하는 ‘여행금지’ 지역이다.
KBS는 용특파원이 팔레스타인 무장단체로부터 무사히 풀려난 것과 관련, 16일 대국민 성명을 발표했다.
KBS는 “팔레스타인 취재 중에 납치된 용태영 중동 특파원이 조속히 석방될 수 있도록 애써주신 국민과 정부 관계자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용특파원 개인은 물론 KBS의 대국민 성명 어디에도 정부의 제3단계 여행제한지역 ‘고지’와 ‘불가’에도 이를 위반하고 가자지역에 입국을 강행한 이 피랍사건의 가장 중요한 원인에 대한 해명도 사과도 반성도 없다. 물론 장래에 대한 재발방지의 각오도 없다.
용특파원은 KBS가 부모한 신변안전보험의 혜택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보험은 전쟁이나 유사 위험지역에 파견되는 인력의 신변보장을 위한 것으로 상해, 질병, 사망의 경우 최고 2억원이 지급된다. 24시간을 초과해서 납치나 억류되는 경우에도 최고 2천만원의 위로금이 주어진다.
소속사에 따르면 광주 출신인 용특파원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1989년 KBS에 입사, 주로 사회부에서 사건담당 기자로 활동하면서 뛰어난 기획력과 사건 발생에 대한 민첩한 대응력으로 KBS 내에서 능력을 인정받았다.
이른바 ‘잘 나가는’ 기자였던 용특파원은 “너는 가만히만 있으면 (출세 코스인)워싱턴 특파원도 갈 수 있을 것”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름대로 뜻한 바가 있어 2004년 봄 두바이 특파원을 자원, 중동 전문 기자로 활약했다고 한다.
용특파원의 조기 무사생환을 충심으로 환영한다.
그러나 국민의 알권리충족이라는 핑계로 소영웅주의에 젖어 외교부의 제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 본심의 바닥은 어떤 것이었을까. 만약 이 취재여행을 본사가 지시했다면 KBS의 정부 방침에 대한 방자하고 안일한 자세는 전혀 없었을까.
이번 가자지구 취재여행 강행으로 24시간 이상 범국민적 전국가적 물의를 일으킨 원초적 정부방침 무시가 공영방송 KBS본사의 훈령에 따른 것인지 용특파원 본인의 독자적인 판단의 결과인지 분명히 밝히고 앞으로를 위해서도 해당 책임을 물어야 할 것이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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