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저는 정치를 떠나고자 합니다.
6년 전 정치에 들어온 당시의 꿈을… 이루지 못한 회한이 어찌 없겠습니까만…
깨끗이 물러나겠습니다.”
20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 3층 기자실. 이회창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는 정계은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에서 정치 인생 6년의 회한을 담은 굵은 눈물을 흘렸다.
“여러분 앞에 엎드려 용서를 빈다. 동지 여러분을 생각하면 제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고 말한 뒤 목이 메어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이후보는 ‘꿈의 좌절’을 고백하는 대목에 이르러 끝내 눈물을 떨구고 말았다. 나이 일흔을 바라보는 그의 눈물에 기자회견장에는 무거운 정적이 흘렀다. 배석한 100여명의 당직자 사이에선 나직이 울먹이는 소리가 새어나왔다.
1996년 1월 신한국당 선거대책위원회 의장으로 정계에 입문한 이후보는 단기필마로 시작해 이듬해 집권당의 대통령 후보에까지 오른 정치적 행운아였다. 그리고 그에게는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다.
이후보는 이날 “법과 원칙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드는 게 시대적 사명이라고 굳게 믿어왔다”며 “사람의 존엄과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 제가 평생 추구해온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그의 꿈은 실현될 기회를 끝내 얻지 못했다. 탄탄대로 같던 그의 정치 역정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그를 좌절로 몰아갔다. 이후보는 이날 국민과 당원을 향해 “큰 사랑에도 불구하고 제가 부덕하고 불민한 탓에 오늘의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다. 아들 병역 문제, 동생 회성씨의 구속, 빌라 파문 등 정치를 택하지 않았다면 피할 수 있었던 많은 아픔들도 순간 떠올랐을 것 같다.
이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진정한 개혁으로 제대로 된 나라를 만들어보고 싶었지만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며 “이제 깨끗이 정치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이후보는 대법관과 감사원장, 국무총리를 지낸 뒤 1996년 15대 총선을 앞두고 신한국당 선대위 의장으로 정치에 입문해, 97년 대선에서 김대중 현 대통령에게 39만여표 차로 패했다. 그는 그 뒤 5년간 야당 총재 등을 지내며 한나라당을 이끌면서 이번에 다시 대선에 도전했으나 실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