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박근혜 대표를 비롯해 이규택 최고위원, 이계진 대변인 등 한나라당 지도부 7명과 동아일보 임채청 편집국장, 이진녕 정치부장, 한나라당 출입기자 등 7명이 모여 ‘간담회 겸 저녁식사’ 자리를 가졌다고 한다. 이어 『저녁식사 후 박 대표와 임 국장이 먼저 자리를 뜨고, 이 음식점내 노래 시설을 갖춘 방에서 이어진 나머지 참석자들의 술자리에서 최 총장이 갑자기 자신의 옆에 앉아 있던 본보(동아일보) 여기자를 뒤에서 껴안고 두 손으로 가슴을 거칠게 만졌다』고 보도했다.
한나라당에서 사무총장 및 지방선거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았던 최연희 의원의 여기자 성추행사건에 대한 현재까지 여론의 비판방향은 최의원 한 사람의 공직사퇴와 탈당으로 마무리시키려는 눈에 안보이는 움직임이 느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그러나 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는 물론 최연희라는 정치인에게 여기자 성추행의 행위책임을 지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동시에 천하의 공기임을 주장하는 동아일보가 언제나 비판의 칼을 벼리고 정책과 행동을 감시해야할 제1야당의 지휘부와 편집국장·부장과 출입기자 7명 등이 짝을 맞춰 이성이 마비될 지경까지 폭탄주를 마시고 동석한 여기자를 껴안고 가슴을 만지는 밀실의 광란을 일으켰는지 그 경과와 결과에 대해 철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본다.
다시 말해서 동아일보의 ‘하이어라키’(hierarchy)(국장·부장·출입기자의 계급적 계선조직)는 취재의 대상 한나라당의 지휘부와 지나친 취식·음주·노래 및 성추행의 상대방이 되어 정·언 유착의 밀실정치에 공범(?)이 되고 말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 이번 사태가 조용히 지나갔다면 앞으로 동아일보의 한나라당을 포함한 정계 보도의 편향 없는 신뢰성을 더 이상 담보할 수 있을까.
만취한 접대 자리에서 동아일보의 보도대로 ‘정치현안을 논의했다’면 무엇을 의미하는가. 평소 서슬퍼른 정부와 여당에 대해 국민을 대신한 견제와 공격에 어떠한 함수관계가 있는 것인지 동아일보는 뼈를 깍는 자세로 고해하고 그 재발의 방지를 기해야 한다. 또 바로 그날 저녁 두 팀의 각각 최고 임석자인 박근혜 대표와 임채청 편집국장의 정확한 시간대별 사건별 현장위치와 상태를 소상하게 밝혀야만 한다.
또 동아일보가 신속한 인터넷보도의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굳이 사건을 3일이나 묵혀 27일 관련사실을 보도했다는 점은 또 다른 의혹을 불러일으킨다. 24일밤 사건 이후 지면을 통해 보도가 나가기까지 3일 동안 한나라당 지도부와 동아일보의 편집국장·부장 남녀기자 일행 사이에 광란의 밀실 유착처럼 무슨 끈끈한 일이 있었던 것인가. 혹시 문제의 3일 동안 해당사건 수습의 임무와 함께 여기자의 입을 막기 위해 무리한 압박·회유에 대한 개연성도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또 한나라당의 당일 참석한 중진들마저 자기는 당사자가 아닌 듯이 최연희 의원의 변명 언행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에 여념이 없는 추태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정·언유착의 악습이 다른 정당과 다른 언론 사이 및 상부와 중간부 실무자 사이 등 여러 가지 수많은 조합(組合)으로 매일밤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 기회에 이들도 반성하고 자중해야 한다.
공무원만 술 받아 마시고 밥 얻어먹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다. 정치인과 언론인 특히 말만 나오면 국민의 알 권리와 권력에 대한 역사적 투쟁의 전통과 그 힘든 견제를 전매특권인양 밝히는 동아일보 같은 중요언론의 편집국장은 어미닭같이 쭉 몰고 추태의 현장을 만들어 낸 밀실의 유착정리를 위해 함께 책임져야 한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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