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과 ‘하숙생’ - ‘한영상호 방문의 해’ ‘Think Korea 2006’ 운동의 진수(進水)
코리안위클리 2006/03/02, 04:42:24
“윤치창 씨, 당신이 주영 한국공사직을 맡아주시오. 그 대신, 우리 정부에단 한 푼의 재정 지원도 기대하지 말아주시오. 아시다시피 우리 정부는 다른 나라에 가서 쓸 돈이 없습니다. 주중특사관과 주일대표부와 주미대사관이 모두 현지 교민들의 도움으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올시다. 미국만 해도 지금 장면 대사가 애를 먹고 있어요. 애국심이 없으면 못할 자리가 지금 대한민국의 재외공관 대표자인 것입니다. 윤치창씨 당신이 공사관 건물 임대와 유지경비 활동경비 일체를 부담하는 조건으로 주영공사를 맡아주시오”
이렇게 이승만 대통령의 임명으로 초대 주영공사로 부임한 윤치창은 1만파운드, 미화로 환산하면 약 3만달러가 되는 돈을 영국은행에 예치하고 50년 2월17일, 런던의 마블아치 부근에 대한민국 주영공사관을 개설했다.
공관 건물 임대에서 현지 고용직원의 임금, 그리고 외교 활동경비에서 자동차 수리비까지, 모든 경비를 개인재산으로 부담하는 그 일에서, 물론 당시 6.25남침에 의한 국가존망의 와중이라는 점도 이유가 됐겠지만, 초대 주영공사 윤치창은 1년만에 두 손 들고 귀국해버리게 된다.(20세기 한국사 등 참조)
당시 대한민국의 외환사용은 1달러까지도 이승만 대통령의 친결사항이었다. 야사(野史)에서의 야심 많은 청년시절의 윈스턴 처칠이 20세기초 러일전쟁 중에 서울에 와서 손탁호텔에 묵었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러일전쟁과 영국, 일제에 의한 대한제국 멸망으로 이어진 역사가 현대에 다시 양국간 상주공관으로 쌍방향화(Ienteractive)하면서 한·영국의 ‘중요하고도 필수적’ 외교관계가 또한번 역사적으로 증명된 셈이다.
그리고 56년이 흘렀다.
2006년 2월23일 저녁, 런던의 중심지 아시아 하우스에서는 조윤제 주영 한국대사가 만장한 런던의 귀빈에게 ‘Think Korea 2006’를 차분하게 설명한다.
조대사는 올 한해 아시아를 휩쓸고 있는 한류에 이어 세계의 리더로 발돋음하고 있는 역동적인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영국민에 소개하는 방향을 심도있는 문화적 접근과 쌍방향 교환으로 정했다.
이 영문구호는 평소 양국방문의 경우 한국측 영국방문이 숫자상 압도적으로 많으므로 이러한 입초(入超)현상을 출초(出超)로 바꿔보자는 취지에서 조대사가 부임이래 야심적으로 성사시킨 ‘한영 상호방문의 해’를 영문 표현정서를 고려하여 ‘고상’하게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주영대사관(영사과 및 공보관실)에 따르면 최근 양국의 연간 방문객 수는 영국인의 한국방문이 약 6만여명, 한국인의 영국입국은 약 22만여명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간 외신에 전쟁의 참화, 고아·피난민과 푸른눈의 주둔군 모습으로나 대변되곤 했던 대한민국은 이제 어느덧 UN의 재정기여도에서 전 회원국중 11위를 감당하고 있는 당당한 버팀목이 됐다.
양념으로 센티멘탈한 내레이션을 약간 가미하자면 돈이 없어 공관도 공관장 개인에게 개설·유지시키던 대한민국이 오늘은 명인 황병기씨를 런던까지 모셔와 영국인에게 한국 가야금의 진수를 들려주며 ‘이래도 한국 안와볼꺼야’라며 ‘Think Korea 2006’의 개막을 베풀게 된 것이다.
영국에서는 무슨 사안이던 걸핏하면 수백년 이상의 역사를 화제로 삼는 것에 맞불을 지른다는 의미에서 1500여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의 전승악기 가야금(6세기 초반에 가야에서 개량되어 신라로 전해진 현악기)의 명인(Maestro) 황병기 교수가 직접 작곡한 한국 전통곡들(하림성, 고향의 달 등)로축하공연을 하게 된 것이다.
누구나 관계가 좋아지려면 우선 왕래가 많아져야만 하겠다. 낚시의 기쁨을 느끼려면 좋은 ‘미끼’가 있어야한다는 경험에서일까, 이날 한영상호방문의 해를 호소하기 위한 조대사의 연설장은 이러한 의미에서 황선생의 공연을 모셨다고도 볼 수 있다.
한편 구호보다는 실무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논리적이고 차분하고 실리적인 영국의 국민성을 고려해 직접 광고보다는 토머스 쿡같은 전용케이블 TV를 위주로 한국의 매력과 관광비용·특징 등을 차분하고 호소력있게 소개하는 관광공사 등에 의한 실질적이고 역동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수립이 긴요하다 하겠다.
또 우리나라의 우수한 신예 KTX(고속철)를 포함한 철도요금의 세계화전략 등도 보다 효과적으로 연구개발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열차에서 승차이동하는 동안을 활용할 수 있어 해외 방문객의 호텔값 절약에 직접적 원인이 됨으로 우리도 일본의 해외판매 철도패스와 같은 다양화가 시급하다. 물론 IT한국의 최첨단 현장을 영국인들에게 견학시킬 기회도 겸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여기에 하나의 일화를 소개한다.
과거 반세기동안 서울법대를 졸업하고 전공과 전혀 다른 특이한 분야에서 한국의 제1인자가 된 분이 비슷한 연배로 우선 두 분 생각난다.
한 분은 가야금의 고전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국보와 같은 독보적 존재인 황병기씨이고 또 한 분은 대중가요분야에서 ‘하숙생’등으로 우리국민의 심금을 울려준 최희준씨다.
특히 만리타국 영국에 살고 보면 우리 모두 하숙생이고 인생은 나그네 길임을 하루라도 절감하지 않은 날이 있을손가. 이분들이 70평생에 가깝도록 노력하고 ‘Maestro’(대가·거장)로 칭송을 받는 것은 우선 자신들이 엄청난 결심으로 온몸과 마음을 다 바쳐 개척한데서 출발했을 것이라 확신한다.
‘Think Korea 2006’(한국방문의 해)를 조대사 이하 관에만 맡기지 말고 각자 자기 주위에서 자기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현지의 외국인들에게 조국 한국의 내포(內包)를 더 깊이 천착(穿鑿)케하고 그 외연(外延)을 더 펴도록 해 보지 않으시려는가.
우리 모두가 마치 ‘한국소개의 Maestro’가 되려는 것처럼….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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