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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 칼럼 - 우울할 수 있어서 인생이 고맙습니다
코리안위클리  2006/02/16, 06:47:07   
우울할 수 있어서 인생이 고맙습니다
한순간 스치고 말 인연이라면
차라리 그냥 말없이 가 버렸으면 했다
지겨웠다 그대가
아침이면 초봄의 햇살처럼
환해졌다가도
시도 때도 없이 할퀴고 달려드는
그대 때문에
밤은 다시 시린 겨울처럼 창백해졌다
그러니, 떠나라 떠나
즐거웠다는 인사 같은 건 없어도 좋다
번민의 짐 벗어 두고
잠시 홀가분해질 수 있다면
그깟 서러운 미련쯤이야
한 날의 추억으로 삼아도 좋으리
그러나,
거기 떠날 채비를 하고 있는 자
정녕 그대인가
함께한 많은 날들을 어찌 잊으라고
그 겨울의 바다는 또 어찌 바라보라고
갈테면 가라, 갔다가
그대 잊지 못해
소리쳐 부르는 사람 있거든
그대여, 흰눈처럼 내게 오라!
<우울한 시간>


돌이켜 보면 지난 한 해는 우울한 기분에 휩싸여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우울해서 일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일을 해도 재미가 나지 않았습니다. ‘코리안 위클리’에 한 달에 한번 연재하는 이 칼럼 원고만 해도 제대로 마감일을 지킨 적이 한번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새해를 맞이하면서 그것도 연거푸 두 번씩이나 맞이하면서 지금 나는 우울할 수 있어서 인생이 고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울하다는 건 내가 살아 있다는 증거요, 이것을 잘 풀어 안으면 어떤 기막힌 거름으로 바뀌어 무슨 꽃으로 또는 열매로 피어날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한 스승에게 제자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깨달음을 얻으시기 전에는 어떠하셨습니까?”
“때로 우울했다”
“그러면, 깨달음을 얻으신 뒤에는 어떠하십니까?”
“때로 우울했다”
때로 동료 목회자들과 모여서 답답한 이야기를 쏟아낼 때가 있습니다. 교인들에 대한 이런 저런 낙심과 불신 같은 것들입니다. 그럴 때는 언제나 답답함을 느낍니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답답함의 원산지는 다른 사람의 가슴에 있는 것이 아니고 내 가슴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답답함이 다른 사람들에게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하는 한, 장벽에 막히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다른 사람들을 바꾸려고 애쓰게 될 것이고 그것은 불가능한 일을 시도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세상을 바꾸려고 오신 분이라면 그분은 완전한 실패자이십니다. 그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상은 바뀌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분은 온갖 문제들로 가득 찬 이 세상에서 문제들을 해결하는 대신, 문제를 일으키고 해결해야 하는 인간을 해방시켜려 했습니다.
먼저 자기 자신을 해방시킴으로써 사람들을 해방시켰습니다. 이 가르침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가르침이라고 생각됩니다. 내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들을 고치려고 애쓰기 전에 먼저 자기를 바꾸려고 애쓴다면, ‘문제들’은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되고 바로 거기에 희망이 있는 것입니다. 문제를 직시하되 거기에 시선을 빼앗기지 않고 그것을 꿰뚫어 자기 자신을 바라보기, 이것이 올해를 사는 저의 과제입니다.
목사가 되기로 하면서, 기왕이면 성자(聖者) 같은 목사가 되고 싶었습니다. 이왕 한 생애 살다가는 거라면, 모든 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는 성자로 살다가 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성인들의 전기를 열심히 읽었습니다.
내가 그들의 전기를 읽으면서 알게 된 것은 성인들마다 제각기 다른 모양, 다른 색깔로 살면서 성인이 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다양한 삶을 살아간 이들의 공통점이 무엇인지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발견한 것은, 그들이 제 맘대로 살기를 포기하고 하나님께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쳤다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나도 하나님께 나를 바쳤습니다. 아아, 그런데도 나는 아직 성자가 아닙니다. 성자는커녕 그 근처에도 얼씬거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내가 나를 하나님께 바쳤다고 생각 또는 말만했지 사실은 여전히 내 손으로 나를 움켜쥐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지금은 성자 되겠다는 마음을 비웠습니다. 이제 내가 무엇이 되느냐는 더 이상 내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나의 문제는 어떻게 하면, ‘아무 것도 아닌 존재로 되느냐?’입니다. 그것이야 말로 저에게는 참된 자아실현입니다. 본디 아무것도 아님이 나의 본질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누군가를 변화시키기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해야 하지 않는가? 스스로에게 질문을 해봅니다.
먼저 자신을 변화시켜 좀더 완전한 하나님의 종이 되고자 애쓰고 싶습니다. 그것이 교인들의 변화를 위해 목사가 해야 할 첫 번째 작업이라는 생각입니다. 그 다음으로 성과에 대한 기대 없이 설교하고 심방하고 가르치는 일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성과를 기대하지 말라는 것은 좋은 일을 하면서 낙심하지 말라는 말이라는 성경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그림이 있습니다. 우리 집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 중간 벽에 걸려있는 렘브란트의 ‘탕자의 귀향’이란 그림입니다. 이 그림을 보면 돌아온 아들을 껴안고 있는 아버지의 얼굴에 눈부신 빛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흔히들 렘브란트를 ‘빛의 화가’라고들 부르는데 그의 그림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부분은 어둠입니다. ‘탕자의 귀향’이란 그림만 봐도 전체적으로 화폭을 채우고 있는 어둠이 없다면 저렇게 눈부신 장면이 돋보일 수 없을 것입니다.
둘째 아들의 가출이야 말로 얼마나 대단한 진보입니까? 그것이 없었더라면 ‘풍족하여 모자랄 것 없는 아버지 집’은 영원히 없을 것입니다, 얄팍하고 터무니없는 나의 기준만 치워버린다면 올해도 두려워하거나 염려할 일은 아무 것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아침에 한 사람을 기쁘게 해 주고
저녁에는 한 사람의 슬픔을 덜어주기로 다짐합니다.
단순하게, 맑은 정신으로 살면서
적은 소유로 만족하고
몸의 건강을 지키기로 다짐합니다.
가볍고 자유롭기 위하여
근심과 걱정을 놓아버리기로 다짐합니다.

하나님,
부디 저의 다짐을 붙들어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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