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사진) 외교통상부 장관이 14일 차기 제 8대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유명환 외교부 제1차관은 서울 세종로 외교부 청사에서 내외신 브리핑을 열고 올해 말로 코피 아난 유엔사무총장의 임기가 만료됨에 따라 반 장관이 후보로 출마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유 차관은 “차기 유엔사무총장은 21세기에 새롭게 대두된 범세계적 이슈들을 효과적으로 다룰 외교적 역량과 유엔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나갈 행정능력을 겸비해야 한다”며 “반 장관은 40년간의 외교관 및 행정 경험을 통해 평화와 안보, 민주주의와 인권 등 유엔의 이상과 목표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자질을 키워왔다”고 설명했다.
반 장관은 이날 오후 내외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을 포함한 전 유엔 회원국에게 본인의 사무총장 출마 사실을 외교경로를 통해 전달했다”며 “만약 유엔사무총장에 당선된다면 북핵문제 평화적 해결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승수 전 외교부 장관이 지난 2001~2002년 유엔총회 의장을 겸임한 적은 있으나 한국인이 유엔사무총장에 출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공식 발표에 앞서 우리 정부는 지난 7일 유엔 회원국 외무장관들에게 반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를 알리는 서한을 전달했다. 북한에도 요로를 통해 알렸다.
당선가능성은?… 정부“반외교, 해볼만하다”
미국 대통령에 버금가는 자리…도덕적 권위는 교황과 비유
반기문 외교부 장관의 유엔 사무총장 출마 선언은 그 자체로도 한층 높아진 우리나라의 국제적인 위상을 실감케 한다.
현재로선 반 장관의 당락을 전망하기는 어렵다. 5개 상임이사국P5 (미국·중국·영국·프랑스·러시아)의 이해 관계에 따라 특정후보에 대한 찬반이 크게 엇갈리고, 후보가 너무 이른 시기에 부각될 경우 타 후보 또는 다른 국가들의 공격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해볼만 하다”는 입장이다. P5가 현재까지 반 장관에 대해 반대한다거나 거부감을 표시하지 않고 대체로 호의적이라는 판단에서다. 또 1971년 이후 아시아권에서 사무총장이 나오지 않았고, 지역순환 원칙이 있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만큼은 아시아 차례라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상황이다. 외국 언론들은 최근 아시아 후보가 아닐 경우 중국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정부 당국자는 다만 “특정국가에 너무 가깝다는 인식을 주지 않으면서 P5의 고른 지지를 받아야 하는 고차원 방정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은 최대 국제기구의 수장으로서 대언론 노출 빈도와 지명도 면에서 미국 대통령에 버금갈 만한 자리로 평가받는다.
유엔헌장에 따르면 사무총장 신분은 유엔 사무국의 수석 행정관으로,업무수행시 어떤 정부나 기구로부터 영향을 받지 않는 국제공무원이다. 박수길 전 유엔대사는 “사무총장은 세계의 최고경영자(CEO)”라며 “도덕적 권위 면에서도 교황의 권위에 비유된다”고 말했다.
유엔 사무총장의 연봉은 22만7253달러(약 2억2214만원)이며 별도의 판공비, 경호 등을 제공받는다. 각종 의전은 각국 행정부 수반의 수준에 맞춰지며 공관 사용료는 월 1달러다.
차기 유엔사무총장의 과제는 적지 않다. 콩고 주둔 평화유지군의 성추문, 코피 아난 사무총장 아들이 연루된 국제비리 등으로 얼룩진 유엔의 개혁을 지원하는 일은 차기 사무총장에게 가장 다급한 현안이 될 전망이다. 또 중동 등의 긴장 해소와 내전지역의 평화정착 및 유지, 빈부격차 완화 등을 위한 국제협력을 이끌어 내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