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을 사실상 승리로 이끈 루즈벨트 미국 전 대통령, 소설과 TV속 주인공으로 맹활약하는 ‘페리 메이슨 변호사’ 그리고 세계 1등으로 우리나라의 삼성을 키운 이건희 회장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휠체어를 탄 모습 한장면 뿐이다.
우선 5개월의 귀양 아닌 유배생활을 끝내고 귀국한 이회장에게 충심으로 환영과 위로의 말씀을 올린다.
그간 외국체류 중에는 가슴에 여식을 파묻는 형극의 아픔도 겪었고 더구나 뒷소문에 별별 후폭풍의 여진이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듯 하니 그 괴로움이야 어찌 다 표현하랴. 또 부인 홍라희 관장은 왜 안보일까 등등 많은 입초사도 계속되고 있어 아직도 이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듯하여 딱하다.
우리나라를 항상 자랑스럽게 생각케하는 삼성 전용기의 쭉빠진 유선형에도 불구하고 완벽하게 계획된 듯 휠체어를 타고 일요일 신문 발행이 거의 없는 점을 의식한 토요일 밤의 귀국은 국민의 반 삼성감정에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듯 하다.
휠체어 거동은 에버랜드, X파일 등 그간 밀려있는 대소사건에 대해 검찰에 출두하여 깔끔한 뒷마무리를 못짓겠다는 육체적 의사표시로 보아야 할 것인지 참으로 고소를 금치 못할 작품으로 보였다.
메이슨 방송시리즈를 보면 변호사 메이슨은 휠체어를 타고도 별로 불편 없이 정의를 실현하던데 이회장이 휠체어 때문에 2월초 IOC위원으로 유럽에서의 회의에 불참하여 혹시 강원도 올림픽 유치에 간접적이고 장래에라도 지장을 받으면 강원도민들이 두고두고 낭패를 당하는 것은 아닐지 큰 걱정이다.
루즈벨트 대통령의 활약이나 메이슨 같은 유명한 사례 덕분에 이제 세상이 휠체어의 기능과 위력을 다 아는데 다리를 다친 ‘불편한 거동’으로, ‘휠체어’로는 국내활동도 제대로 못할 것이라는 등 언론에 뿌리는 ‘전희(前戱)’의 유치한 홍보대책에는 여태 봐주고 싶던 여론에도 별로 도움이 안될 것으로 보인다.
우리가 평소 피부로 느끼는 삼성의 기민한 움직임은 이회장의 매우 드문 현지 지사방문에도 비행장과의 거리 등 그의 능률과 동선절약을 위해 현지사옥의 위치를 결정할만큼 충성심이 있다는 것은 이미 공지의 사실이다.
마치 황제의 도착에 앞선 선발대같이 미리 와서 하룻밤 자고갈 호텔의 침실 머리맡 조명등까지 미리 꼼꼼하게 챙기는 준비성도 ‘완벽주의’가 낳은 또 하나의 루머라고 믿고싶다.
동양화의 여백이 갖는 묘미처럼 인간사는 때로는 모자라는 점도 있어야 서로 친구가 되지, 너무 서슬푸른 칼날같은 조직을 동원한 완벽주의는 주위를 공포에 떨게 한다는 사실을 이회장은 또한 알아야 한다. 털어서 먼지 안나는 사람 있을까. 당장 이회장은 완벽하기만 할까.
예를 들어 미리미리 챙긴 에버랜드CB를 통한 상속도 결국 당초에 예정한 대로 되는 것만은 아니잖은가. 용의주도한 팀 플레이로 상속을 시켜도 결국 그중 25%(¼)은 하늘의 뜻에 따라 되돌아 부모에게 올 수도 있는 것이 역(逆)상속이라는 재산의 흐름과 사주팔자라는 것도 있다는 것을 이젠 알 만한 나이가 되지 않았을까. 오늘의 새 대책에서 8천억을 출연하여 이부분을 중화시킨다는 발표인데 현재로 에버랜드CB의 ‘절약’결과 상속으로 얻은 이득으로 사재가 된 지주회사를 통한 그룹 전체의 가치를 평가계산 해야 공평하지 않겠나.
오늘 발표된 사회환원과 참여연대에 사과 및 정부에 고개숙이는 대책 등도 이러한 의미에서 진심이 보여야 수긍이 갈 것으로 본다.
삼성의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완벽주의의 기준을 회장일가나 이미 큰부자가 돼버린 등기임원 수뇌부에게는 오히려 엄하게 적용하고 근로자나 일반에게는 너무 지나친 대응으로 약을 올리지 않는 길만이 삼성이 국민의 후원을 받는 길도 될 수 있을 것이다.
삼성의 1등주의와 완벽주의는 사내에서 혹은 제품에나 적용하고 일반국민에게는 좀 ‘느슨하게’ 하길 바란다.
떳떳하게 국민 앞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주말밤에 2시간 통지로 휠체어 귀국을 준비해야만 했던 참모의 두뇌 빈곤을 이제 ‘상전벽해’의 대책이 나왔다해도 역시 한탄하게 될 뿐이다.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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