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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 내가 다 뜯어 먹었습니다
코리안위클리  2005/12/22, 00:10:03   
‘감기에 걸려서 하루 종일 꼼짝도 못하고 끙끙 앓으면서 들어 누워 있었을 때입니다. 그때 무슨 생각 끝이었는지는 몰라도 ‘만일 내가 아니고 아내가 이렇게 아파서 들어 누워있다면 어떻게 될까?’ 하는 한심한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순간 모골이 송연해지고 얼마나 끔찍하든지 도저히 상상하기조차 싫었습니다. 삼 시 삼 때 밥은 고사하고 아이들 뒤치닥 거리와 등하교부터 시작해서 집안 청소까지 만약 아내가 들어 눕는다면 나라는 인간은 그야말로 그날로 낙동강 오리알 신세는 양반이라는 생각이 미치자 순간적으로 ‘세상 사람들은 다 아파도 내 아내만은 아파서는 안 된다’는 아주 편협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것은 아내를 끔직이 위하고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내가 누리고 있는 이 편안함을 유지하기 위한 아주 얄퍅하고 못된 심보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그것을 깨달은 순간 아내에게 진심으로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니 내가 아내를 뜯어먹고 산다고 해도 전혀 틀린 말은 아닌 것입니다’


위의 글은 오래전에 “나는 지금 내 아내를 뜯어먹고 살고 있습니다”란 내용으로 쓴 글의 일부입니다. 그런데 그 모골이 송연해지고 끔직한 일이 실제로 일어나 버렸습니다. 요즘 몸이 아파 누워있는 아내를 보면서 ‘내가 정말 다 뜯어 먹어 버렸구나’하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그동안 밥 하랴, 청소 하랴, 빨래 하랴, 아이들 뒤치다꺼리까지 그것도 모자라 교회일까지 도맡아 하랴, 그동안 쓰러지지 않고 버텨온 것이 신기할 정도입니다. 얼마나 미안하고 송구한지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은 마음입니다. 그런데도 아직 말로만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안되는데’ 하면서 하루속히 훌훌 털고 일어나 옛날로 돌아가 주기를 바라며, 더 뜯어먹을 궁리를 하고 있으니, 나는 어쩔 수 없는 몹쓸 인간인 모양입니다. 이렇게 이렇게 부질없는 죄만 덧쌓고 있습니다.
키리에 엘레이숑(주여, 긍휼히 여겨 주소서)
가만히 눈을 감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봅니다. 내년이면 벌써 영국에 온지도 꼭 10년입니다.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긴 세월인데 마치 엊그제 같은 느낌이 드는 걸 보니 세월을 잡아먹는 신기한 곳이 이 영국인 것 같습니다. 몸져누워 있는 아내를 보면서 내가 참으로 많은 빚을 졌다는 느낌에 마음 한 구석이 아려옵니다.

‘어제 당신의 엽서를 받고, 당신의 기쁨이 내게 전해져서 나 또한 기쁜 마음으로 이 글을 써 봅니다.
하나님께서 쓰실 사람을 부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 일텐데, 우리의 일상에 고통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성령을 통한 뜨거움으로, 기쁨으로 당신이 소명을 받아다니, 다만 감사할 뿐입니다.(이것 또한 인간적인 욕심이겠지만)
앞으로 우리 인생의 방향은 모르겠지만 더욱 하나님께 맡기는 마음이 되어집니다. 어쩌면 나또한 ‘86년의 엄청난 회심이후(나의 전 존재가 죽어 없어진 듯한) 이런 간절한 부르심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 같아요.
당신의 일은 바로 나의 일이므로. 그것은 나에게 던져진 소명이기도 합니다. 하나님께 대한 두려움도 아울러 느끼면서 그동안 알게 모르게 지은 죄의 고백을 하나님께 드리고. 당신의 길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요즘 인간심리에 관한 책에서 읽은 얘기 한 토막입니다.
어떤 사람에 관해서 논평을 할 때, 먼저 그 사람의 장점을 논하고 그다음 단점을 논하면 뒤에 얘기한 단점이 머리 속에 남고. 먼저 그 사람의 단점을 얘기하고 그다음 장점을 얘기하면 뒤에 얘기한 장점이 머릿속에 남게 된다는 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에게는 이런 장점이 있어’라고 얘기하면 좋다는 것이죠. 물론 그런 단점조차 꼬집지 않는 것이 가장 상책이겠으나, 인간사라는 것이…
나의 존재를 넘어 당신을 사랑합니다’

(95. 7. 19 아내가)

영국으로 오기로 일방적인 결정을 하고 아내에게 통보를 했을 때 질책하기보다는 오히려 나를 격려한 편지입니다. 다시 이 글을 읽으면서 참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땅의 모든 남편들이 다 그렇게 생각해야 할 것이지만 나는 정말 결혼을 잘했습니다. 이것은 나뿐만 아니라 우리 부부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결같이 하는 소리입니다. 암 그렇고 말고 백 번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말로는 ‘노처녀 구제했니, 어땠니’ 하면서 큰소리를 쳐 왔지만 그게 다 흰소리였음을 고백합니다.  
당신이 나를 받쳐주지 않는다면, 나로 하여금 이렇게 살아서 움직이고 무슨 일인가 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서 받쳐주지 않는다면 내가 그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살림’을 해주지 않는다면 내가 어떻게 ‘산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돌이켜 보면 제법 오랜 세월, 부부의 인연을 맺어오면서 주고받은 사연도 꽤 있을 법한데 내 쪽에서는 여행 도중 써보낸 말, 쪽지 몇 장 말고는 기억나는 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중이 제 머리 깍지 못 깍는 다는 말을 여기에다 써먹어도 될지 모르겠으나, 아무튼 ‘글장이’라는 별호에 비추어 너무나도 어색한 결과라 하겠습니다. 그런데다 이번에 제대로 병수발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같아 미안한 마음을 함께 담아, 오늘 이 지면을 빌어서 가끔 당신을 생각하며 읽는 내마음을 그대로 잘 표현한 일본 시인 ‘다까무라 고오다로’의 시 <점점 예뻐지는 당신>을 보냅니다.


‘여자가 액세서리를 하나씩 버리면
왜 이렇게 예뻐지는 걸까.
나이로 씻겨진 당신의 몸은
가없는 하늘을 나는 금속.
겉 모양새도 남의 눈치도 안 보는
이 깨끗한 한 덩어리의 생명은
살아서 꿈틀대며 거침없이 상승한다.
여자가 여자다워진다는 것은
이러한 세월의 수업 때문일까.
고요히 서 있는 당신은
진정 신이 빚으신 것 같구나.
때때로 속으로 깜짝깜짝 놀랄 만큼
점점 예뻐지는 당신’

<다까무라 고오다로의 ‘점점 예뻐지는 당신’ 전문>

아가씨의 손톱에 고리가 달려 찰랑거리고 있는 것을 본 일이 있습니다. 아랫입술에 고리를 단 사람도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아름다워지려는 욕망을 나무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나는 원래 있던 것에 하나를 더 얹어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것과, 원래 있던 것 중에서 하나를 덜어냄으로써 아름다워지려는 노력을 하는 당신이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습니다.
‘점점 예뻐지는 당신’ 이라는 시에서 ‘세월의 수업’이라는 말이 참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 문득 마음으로 이런 질문을 해 봅니다. “당신은 세월의 수업을 얼마 동안 받아온 사람인가? 이제 세월에게 더 배울 건 없고 세월을 가르칠 일만 남았는가? 아니면 아직도 세월에게 배워야 할 게 많이 남았는가?”
아무래도 내가 받은 ‘세월의 수업’은 그 모자람의 정도가 지나친 것 같습니다. 얼마나 더 배워야 당신의 자리에까지 도달할지 아득합니다.
얼마 전 당신이 내게 보내준 글에 내 마음을 실어 보냅니다. 쾌차하소서.

‘사랑합니다. 당신을
습관으로서가 아닌
날마다 새롭게
새로운 사랑으로
아침을 여는 나팔꽃처럼
정오에 활짝 핀 해바라기꽃처럼 또는
저녁에 살그머니 피어난
달맞이꽃처럼…
내 사랑 당신에게
한송이 꽃이고 싶습니다’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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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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