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 4위·전기 8위로 OECD서 에너지 소비 선두권… 산유국 영국과 대조
산업자원부는 한국의 올 겨울 에너지 소비량이 지난 해에 비해 약 3.9%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산업 발달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커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문제는 공장을 움직이는데 드는 산업 부문과 물건을 옮기는 수송 부문의 증가에 비해 집이나 직장을 데우는 데 드는 가정·상업 부문이 이보다 훨씬 높은 증가율을 보인다는 데 있다.
또한 에너지 소비를 절약할 수 있는 경차 판매는 올 들어 작년보다 29.6% 감소한 반면 소형차 11%, 중형차 6%, 대형차 판매는 22.8% 각각 증가했다.
통계청이 11일 발표한 통계로 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속의 한국`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민총소득(GNI)은 30개 회원국 중 10위권이다. 1인당 국민소득은 23위로 하위권이다.
하지만 에너지소비는 경제규모에 걸맞지 않게 모든 부문에서 최상위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석탄·석유·천연가스 등 1차 에너지 소비량은 1억9천5백90만t으로 OECD국가 중 7위다.
석유 총소비량은 4위로 프랑스·이탈리아·캐나다를 제쳤다. 1인당 소비량도 7위로 일본·프랑스·독일·영국보다 많다.
전기도 많이 소비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전기소비량은 OECD국가 중 8위, 발전량은 7위 수준이다. 발전량이 이탈리아·스페인·호주보다 많지만 전기 소비가 계속 늘어나면서 한국전력이 매년 많은 외화를 차입해 발전소를 더 지어야 하는 형편이다.
반면 환경은 OECD국가 중 나쁜 편에 속한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4억1천만t으로 세계 7위 수준이다.
환경단체 녹색연합은 지난 8월 대기환경·폐기물·교통·수질 등 28개 환경지표를 분석한 결과 오존경보·화석연료 소비량·폐암발생률·적조발생·자동차 등록대수 등 13개 지표에서 적색신호(부정적)를 나타냈다고 발표했다.
중요한 것은 에너지를 절약하고 환경을 지키겠다는 의식의 전환이다.
영국은 산유국이지만 기름값이 한국보다 비싸다. 누구나 차를 몰고 다니면서 어떻게 환경을 유지하느냐는 공감대가 있다. 그래서 기름값이 비싸다고 불평하지 않으면서 작은 차를 산다. 또한 유럽이나 캐나다 사람들은 겨울철 실내에서도 두꺼운 옷을 입고 지낸다. 에너지 절약이 생활 속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전철 등 대중교통 수단을 타면 코트를 벗어야 할 정도로 난방이 잘 되어있고, 속옷 차림으로 생활하는 집도 많다. 특히 일부 패스트 푸드나 대형 백화점 등은 유니폼 자체가 반소매로 되어있다. 사람의 활동과 두뇌활동에 가장 알맞은 실내온도는 섭씨 18∼20도이지만, 많은 가정집 특히 아파트 등 현대식 빌딩들의 실내온도는 25도를 웃돈다.
최근 한국에서는 녹색연합 등 여러 민간단체에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내복입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몸도 따뜻하게 하고 에너지 절약에 환경까지 지킬 수 있으니 이보다 효과적인 겨울나기는 없을 것이다.
<중앙·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