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수계 인구 비율 60% 넘어… “영어 대신 스페인어, 한국어 알아야 취직 쉬워”
LA 지역 이민자들은 미국의 제 1언어인 영어를 몰라도 굳이 영어를 배우려고 하지 않는다. 영어 대신 한국어나 스페인어를 공부하려는 사람들이 오히려 급증하고 있다.
이는 LA를 중심으로 하는 남가주 지역의 남미인과 한인의 경제권이 크게 성장해 백인을 중심으로 하는 주류 경제권을 능가하는 수준에 이르고 있기 때문이다.
LA, 샌프란시스코, 샌디에이고 등 대도시를 포함하는 캘리포니아주는 수 년 전부터 전체 인구의 절반 이상을 백인이 아닌 ‘소수계’(minority)가 차지하고 있었다.
전체 인구를 놓고 보면 백인이 ‘소수계’인 셈이다. 이 같은 경향은 특히 LA를 중심으로 한 남가주에서 더욱 두드러져 이 지역 소수계 인구 비율은 60%를 넘어서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LA 인근의 일부 도시의 경우 남미계 인구가 80~90%에 이르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렇다 보니 이 지역으로 오는 많은 이민자들에게 ‘영어는 굳이 배우지 않아도 되는 언어’가 되고 있다. 더 나아가 취업을 위해서는 영어보다는 한국어나 스페인어가 더욱 중시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LA 지역 유력 일간지인 <데일리 뉴스>는 최근 ‘LA에서 무시당하는 영어’라는 제목으로 이 같은 언어의 역전 현상을 크게 다루기도 했다.
LA 인근에서 축구용품점을 운영하는 페루 이민자 미구엘 알리아가(32)씨는 이민 초기에 야간 학교에 다니면서 한국어를 배웠다. 한인 청과물상에서 일했던 그에게 한국어는 생계를 위해 꼭 배워야 하는 언어였기 때문이다.
그는 “LA에서 한인 경제권이 워낙 크기 때문에 일자리를 구하려면 한국어 능력이 필수”라며 “한국어를 잘할수록 더욱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난다”고 말했다.
현재 남가주의 최대 언어는 스페인어이다. 한인이나 다른 인종들을 대상으로 하는 구인광고에서 ‘스페인어 가능자 우대’라는 조건은 이미 당연한 것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스페인어 배우기 열풍은 오래 전부터 시작됐다. LA 인근에 사는 한인 윤승(60)씨는 “이곳에서 남미계 사람들을 자주 접하면서 스페인어를 반드시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영어의 필요성은 못 느꼈지만 스페인어의 필요성은 절실히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남가주에서는 ‘영어는 몰라도 생활할 수 있지만 한국어나 스페인어를 모르면 생활하기 어렵다’는 말은 공공연한 상식이 되고 있는 것이다.
남가주 한인노동상담소 관계자는 “많은 사람들이 미국으로 이민을 오면 영어를 배워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LA 지역의 경우는 이미 그 상식이 깨지고 있다”며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영어는 이미 제1의 언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