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 밸리의 명문 공립고교에서 아시아계 학생이 증가하면서 백인 학생들의 전학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쿠퍼티노의 몬타 비스타 고교와 산호세 부근의 린브룩 고교는 높은 시험성적, 우등반 편성, 명문대 진학률 등 어떤 기준으로도 미국에서 최고의 공립 고등학교들이다.
그러나 이들 학교들은 백인 학생들의 이탈로도 유명하다. 최근 10년 동안 린브룩의 백인 학생 비율은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들며 전체 학생수의 25%로 감소했다.
백인 인구가 절반 가량인 쿠퍼티노의 몬타비스타에서도 백인 학생들은 45%에서 1/3 이하로 줄었으며 백인 부모들은 자녀들을 사립학교나 다른 백인 공립학교로 전학시키고 있다.
백인들이 학교를 옮기는 이유는 학교의 학력수준이 떨어졌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로 많은 백인 부모들은 아시아계 부모들이 지나치게 경쟁적이어서 학교가 너무 학력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다른 학교를 선택한다.
백인 부모들과 학생들 모두 인문학과 스포츠, 기타 개인적인 관심사 등 과외활동을 소홀히 다루면서 지나치게 수학과 과학 같은 과목에 치중하는 것을 전학요인이라고 지적한다. 물론 아시아인들이 너무 많다는 것도 한 이유다.
캐시 개틀리 몬타나고교의 학부모-교사 협의회의 공동회장은 최근 어린 아이를 가진 한 가족이 쿠퍼티노로 옮기는 것을 만류시켰다. 그 아이들이 학급에서 유일한 백인학생이 될 것을 우려해서다.
이처럼 1960년대에 일어났던 ‘백인들의 탈주’가 재연되고 있다. 당시의 백인탈주는 거대 도시에서 교외로 백인들이 급격하게 이동하던 것을 묘사하던 말이었고 이로 인해 백인들이 떠난 도심은 경제적으로 황폐해지며 슬럼현상이 심화됐다.
한때 주요 도시들에서 흑인들과 히스패닉 인구가 증가하면서 생겼던 ‘백인탈주’는 이제는 미국 전역에서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성공하고 중상계급 사회로 진입하면서 발생하고 있다.
실리콘 밸리의 쿠퍼티노는 경제적으로 안정적인 도시이며 백인 학생수의 감소는 쿠퍼티노 학교들의 학력기준을 손상시키지도 않고 있다. 오히려 사실은 그 반대로 나타나고 있음에도 백인 학생들의 탈주가 이어지고 있다.
NYT는 이 같은 백인들의 엑소더스는 인종주의와 무관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아시아들의 수가 점점 더 증가하고 있고 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이 많은 젊은 백인들이 쿠퍼티노 도시 자체와 지역 명문고교를 기피하게 하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