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평화유지활동(PKO)을 위해 파키스탄에 파견된 한국군 장교들의 가족과 한국국제협력단(KOICA) 봉사단원 등 10여명이 지난 8일 발생한 강진으로 몰사할 뻔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파키스탄 주재 김주석(54) 대사는 9일 “수도 이슬라마바드에서 붕괴된 아파트 건물 2개동의 바로 옆 동에 한국군 네 가족과 KOICA 단원 2명, 한인 목사 부부가 거주하고 있었다”면서 “목사 부부는 다행히 지진 전에 외출 중이었고, PKO 장교 가족과 KOICA 단원들은 지진 발생 직후 긴급히 대피해 피해를 면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거주하던 건물은 무너지지는 않았으나, 벽에 금이 가 무너질 위험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붕괴된 이웃 아파트에선 이날 현재 10구의 사체가 발견됐으며 이 중엔 일본인 2명과 이집트인 1명이 포함돼 있었다. 김대사는 “이번 강진으로 인한 한국 교민 또는 관광객 피해자는 지금까지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 교민 및 관광객들의 안전은 8일 오후 모두 확인됐다. 교민 대다수가 0300으로 시작되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데, 지진 발생과 함께 모두 불통돼 대사관측의 애를 태웠다. 이슬라마바드에선 여행자 숙소에 머물던 한국인 관광객 1명이 진앙인 카슈미르 지역으로 간다고 한 뒤 행방이 묘연했으나, 8일 오후 무사히 숙소에 되돌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파키스탄에는 현재 상업 도시인 카라치와 라호르에 각각 130명과 120명, 이슬라마바드에 약 100명 등 총 350여명의 한국인이 거주하고 있다. 이슬라마바드에는 한국식당을 운영하는 한 가족 외에는 전원 대사관 직원과 PKO담당 한국군, KOICA 단원(현재 인원 21명)과 그 가족들이며, 다른 두 도시에는 현지에 진출한 기업체 직원과 선교사·자영업자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