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이래 3기 연속 총선 패배로 만년 야당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영국 보수당이 오는 10월 2일 시작된 전당대회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차기 당수 경선 체제에 들어갔다.
가장 유력한 차기 당수 후보로 꼽히고 있는 데이비드 데이비스(57) 예비내각 내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보수당 현대화’를 기치로 내걸고 “영국인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과감한 개혁을 단행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근 20년간 영국을 운영해 오다 1997년 혜성과 같이 등장한 토니 블레어 현 총리가 이끄는 노동당에 치욕적인 패배를 당한 보수당은 이후 내분에 휩싸이며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왔다. 8년 동안 4명의 당수를 뽑았지만 당의 힘을 집결시키지는 못했다.
마이클 하워드 현 당수는 지난 5월 총선 패배와 동시에 연내 사임 의사를 밝혔다. 하워드 당수는 개인이나 특정 정파의 이해관계를 떠나 보수당을 수렁에서 구할 수 있는 인물을 차기 당수로 선출해 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당권 도전 의사를 밝힌 인물은 모두 5명이며 선두주자는 데이비스 예비내각 내무장관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데이비스는 당수 경선 출마 선언을 통해 “우리는 가진 자나 그렇지 못한 자 모두를 위해 기회를 확대하고 삶을 개선해 영국을 더 현대적인 사회로 바꿔야 한다는 숭고한 목적을 갖고 있다”며 “인기에 영합해 정통 보수주의의 이념을 저버리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비스 예비내각 내무장관의 강력한 경쟁자는 케네스 클라크(65) 예비내각 재무장관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클라크는 보수당 정권 아래서 재무장관은 지낸 인물로 경륜이나 역량 모든 면에서 블레어 총리와 노동당의 2인자인 고든 브라운 현 재무장관과 맞설 수 있는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영국민들로부터 인기가 없는 영국의 유로화 채택을 강력히 지지했었다는 점이 최대 약점이다. 클라크는 일찌감치 경선 출마를 선언했다.
`‘보수당의 블레어’로 불리며 개혁파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데이비드 캐머런(38) 예비내각 교육장관도 무시못할 후보다.
캐머런은 ‘`온정적 보수주의’를 표방하며 블레어 총리가 보수당 정책을 대폭 수용했듯 보수당도 노동당의 전통적인 정책을 끌어 안아야 정권 재창출이 가능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신선한 바람을 불러 일으키고 있지만 아직 2선에 불과해 경륜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밖에 리암 폭스(43) 예비내각 외무장관, 보수당 정권 아래서 외무장관을 역임했던 원로 의원 말콤 리프킨드(59) 등이 경선에 뛰어들 계획이다.
분석가들은 6일까지 열리는 보수당 전당대회에서 치열한 경쟁이 진행되겠지만 최대 경합은 데이비스 예비내각 내무장관과 클라크 예비내각 재무장관 사이의 싸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편 블레어 총리는 보수당 차기 당수가 누가 되더라도 노동당의 아성에는 도전하지 못할 것이므로 결과에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블레어 총리는 <BBC>방송 인터뷰에서 “보수당은 여전히 마거릿 대처라는 탁월한 인물이 당을 떠난 이래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 그들은 당을 현대화해야 하나 아직도 현대적인 정당으로 거듭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