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 들어 2번째로 열리는 2005년 국정감사가 초반부터 ‘추태 국감’ 양상으로 진행돼 빈축을 사고 있다. 국감 첫날인 지난 22일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 등 국회 법사위원들이 피감기관인 검찰 간부들과 부적절한 술판을 벌여 물의를 빚었지만, 이는 전초전에 불과했다. 이후에도 피감기관 관계자들에 대한 국회의원의 무시성 발언과 국감 파행 등 고질병은 계속되고 있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선 오거돈 해양수산부 장관에 대한 한나라당 이상배 의원의 막말이 문제가 됐다. 이의원은 지난 23일 해수부 국감에서 평소 말을 더듬는 오장관의 핸디캡을 겨냥해 인신모독에 가까운 발언을 쏟아냈다. 이의원은 해수부 청사가 서울 충정로에서 계동으로 이전한 경위를 설명하는 오장관이 “그… 그 당시에”라며 말을 더듬자, 김광원 농해수위원장에게 “장관이 답변을 느릿느릿하게 하는 부분은 (질의시간에서) 빼주세요”라고 말했다.
심지어 이의원은 어업정책 문제를 거론하면서 오장관의 말 더듬는 흉내까지 내면서 오장관을 다그쳤다. 오장관이 선천적인 말더듬이를 고치기 위해 성악까지 배웠다는 사실을 아는 많은 이들은 “국감이 행정부 감시를 위한 제도인지, 장관을 망신시키기 위한 것인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 23일 쌀협상 비준안 상정에 반대하는 민주노동당 의원들과 보좌진, 농민단체 회원들의 회의장 점거로 외교통상부 국감이 무산된 통일외교통상위도 ‘구태 답습’이란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단 수석부대표는 26일 기자회견에서 “당초 민주노동당은 충분한 심의와 의견수렴을 전제로 비준안을 상정하는 여야 간사의 제안을 수용했었다”면서 “임채정 통외통위 위원장이 이를 어기고 10월15일 본회의 처리를 위해 무리수를 뒀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비난의 화살은 국감기간에 국감과 직결되지도 않는 안건을 무리하게 상정하려한 여당과 이를 몸으로 막은 민주노동당 모두에게 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