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사람들아!
북은 싸맬 수 있지
거문고는 줄을 풀러 놓을 수 있지
그러나 누가 종달새를 명하여
노래를 그치게 할 수 있느냐?
사람들아!
인간의 입은 강제로 봉할 수 있지
예리한 붓도 꺾을 수 있지
그러나 누가 능히 그 영혼을 명하여
하나님 찬양을 그치게 할 수 있느냐?
사람들아!
공책에 쓴 글씨는 지울 수 있지
돌비에 새긴 업적은 지울 수 있지
그러나 누가 능히 내일에 사는 자를 명하여
하나님 찬양을 그치게 할 수 있느냐?
사람들아!
넘치는 강물은 막을 수 있지
정의도 나쁜 것으로 선전할 수도 있지
그러나 누가 능히 헤롯을 시켜
아기 예수의 탄생을 막을 수 있느냐?
<나의 시 사람들아>
마리아여 무서워 말라. 보라 네가 수태하여 아들을 낳으리니 그 이름을 예수라 하라.(눅1:30)
틴에이저 마리아는 무서웠습니다. 처녀가 아기를 갖는다면…? 조롱과 오해와 멸시와 손가락질과 추방을 당할 것입니다. 소녀는 한없이 불안하고 떨렸습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는 오고 있었습니다. 두려움 속에 안타까움 속에 아기 예수의 탄생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직장을 잃은 자가 노숙을 하고 가게문을 닫는 소리가 사방에서 들리고 불경기의 비구름이 오락가락 하지만 크리스마스는 오고 있습니다. 근심의 구름과 고독의 냉기를 헤치고 그 분이 오시고 계십니다.
목자들이 밖에서 밤에 양떼를 지키더니 주의 사자가 곁에 서서 이르러 무서워 말라. 내가 온 세상에 미칠 큰 기쁨의 좋은 소식을 너희에게 전하노라.(눅2:8-10)
야간 작업을 할 수밖에 없었던 이 가난하고 힘겹게 살던 목동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오고 있었습니다. 큰 기쁨의 소식이 다가오고 있습니다. 아기 예수는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저항할 수 없는 빛처럼 새벽의 미명처럼 그렇게 아기 예수는 오고 있습니다.
오버타임하는 직장에도, 기름때 찌든 공장에도, 하루종일 파리 날린 구멍가게에도 모든 힘겹고 두렵고 고독한 사람들에게 여전히 그대로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습니다.
밤 사경에 예수께서 바다 위로 걸어오심을 보고 무서워 소리지르거늘 예수께서 가라사대 안심하라. 내니 두려워 말라 하시고 배에 함께 오르시매 바람이 그치는지라.(마4:32)
한밤중에 그 분이 오고 있습니다. 사나운 파도를 딛고 밤의 유령 같은 안개를 헤치며 해결자의 발걸음이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사나운 병마에 시달리는 자에게, 외로운 골방에서 한숨쉬는 자에게, 실패의 쓴 잔을 마시는 자에게, 사랑을 이룰 수 없어 안타까워하는 자에게, 온갖 인생의 파도에 침몰되고 바람에 시달리고 있는 자에게 크리스마스는 오고 있습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내가 너희를 편히 쉬게 하리라.고 속삭이며 그 분이 지금 오고 계십니다. 지극히 높은 곳에서는 하나님께 영광이요, 땅에서는 기뻐함을 입은 자들에게 평화로다.(눅2:14)
기쁨의 선물, 평화의 선물을 들고 그 분이 지금 오고 계십니다. 집 없는 사람들이 새우잠을 자는 거리에, 부부가 등지고 사는 곳에, 노인들이 외로이 지내는 냄새나는 방에 엄마 아빠의 얼굴도 모르고 사는 고아원에 교도소에 소년원에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습니다. 그 분의 발자국 소리를 못 듣도록 귀를 막고 벽을 쳤던 공산당의 나라에도 오염된 바다와 오염된 땅과 뜨거워져서 곧 무너질 지구에도 지금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습니다.
기쁨의 날이 희망의 날이 오고 있습니다. 귀를 기울이고 기다려 봅시다. 조금만 참아 봅시다. 불안을 털고 걱정을 미뤄놓고, 조바심을 가라앉히고 판단도 누르고, 크리스마스가 오고 있으니 조금만 기다려 봅시다. 분명 좋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날 것입니다. 좋은 마음이 될 것입니다. 크리스마스가 지금 당신에게, 당신을 위하여 오고 있습니다.
크리스마스에는 하얀 눈송이가 이 땅 위에 덮이기를 기도합니다. 이 땅 위에 더 이상 가슴 아픈 생명이 없기를, 더 이상 눈물 흘리는 이들이 없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소리 없이 쌓이는 크리스마스의 눈처럼 아기 예수의 탄생이 이 세상에 참 위로가 되기를 기도합니다.
2.
주님! 그 때 당신은
순간들이 소복이 쌓이는 성야의 밤에
오셨지요.
이제 다시 시기와 미움으로
얼룩진 마음들 위에
하얀 용서와 사랑의 휘날림으로
오시옵소서.
주님! 그 때 당신은
까아만 밤을 밝히던 목자들의 가슴속에
한 다발 광명으로 오셨었지요.
이제 다시 생명과 환희의 빛으로
오시옵소서.
역사를 밝히다 지친 이들의 가슴속으로
<나의 시 주님! 그 때 당신은>
예수님, 다시 2002년의 성탄절을 맞이하였습니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 - > 찬송가를 속으로 몇 번이고 불러 보았습니다. 그러나 기쁘다는 느낌대신 울먹이며 이 노래를 부르게 됩니다. 내가 했어야 할 직분을 다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앞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이 땅에 오심으로 인해 하나님께 영광을 올리며 이 땅위에 참된 평화를 이루는 길 알게 된 저희들이 당신이 가르쳐 주시고 몸소 행하신 바를 뒤 따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예 할 때 예하고 아니오 할 때 아니오 하는 양심과 그 양심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용기가 저에게 없었기 때문입니다. 너무도 무디어 지고 무관심해져 버렸기 때문입니다. 잠깐 왔다 가는 인생에 너무나도 집착했기 때문입니다. 속사람을 새롭게 하는 일을 게을리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 보기를 원한다면 저 하늘 구름너머로 하나님을 찾을 생각을 하지 말고 네 사는 동네 그리스도인을 보아라. 그에게서 하나님을 보게 될 것이다라고 그 누가 말했는데 그 동네에 사는 제가 옳게 그리스도인 되는 일을 이루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정직한 사람이 대다수를 차지하지 못하는 사회는 그들이 가진 자유마저 잊어버리게 된다고 그 누가 말했는데 정직한 삶, 의로운 삶을 힘쓰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생각마저 듭니다. 내가 남을 위해서 해 주는 일보다 남이 나에게 해주기를 기대하는 일만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천년 전 이 땅에 오신 예수님의 나심을 기뻐해야 할 이유, 그것은 당신께서 어둠을 헤쳐 밝게 하시고 죽을 수밖에 없는 우리를 영생의 길로 이끌어 주셨기 때문입니다. 죽어도 죽지 않는 법을 깨우쳐 주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 당신께서 이 땅에 오신 지도 2002년이 되었습니다.
이천 두 번째 반기는 당신의 생신날, 말구유 위에 누우신 아기 예수를 찾아 경배하며 보물상자에서 유향과 몰약과 황금을 선물로 한 동방박사 세 사람을 생각하면서 내년 또 다시 맞을 당신의 생신날에는 믿음과 소망과 사랑이 말 아닌 행실로 더욱 훌륭하게 열매 맺음으로 선물 드릴 것을 다짐합니다. 그래서 너무나 기뻐서 손잡고 춤추며 당신을 반길 것을 힘쓸 것입니다.
묵은 나는 죽었고, 나를 통해서 그리스도가 사신다 함을 뭇사람에게들 실감나게 해서 그리스도를 옷 입은 나를 더욱 뚜렷하게 하며 살겠습니다.
오늘을 붙잡는 자만이 영원을 붙잡는다는 말씀 따라 당신을 붙잡고 열심히 오늘과 내일을 살기 위해 더 많은 힘 보태어 주시옵소서. 아멘.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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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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