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지구에서 보면 때로는 둥근달을 제대로 볼수 있지만 막상 그 달에서는 달자체의 큰 모습을 결코 볼 수가 없다. 이와같이 한국의 모습을 크게 제대로 보려면 런던에서 또는 워싱턴에서의 시각 등도 때로는 필요하리라 본다.
필자가 한국에 관해 글을 자주 쓰는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이해바란다.
헷갈려서 확실치는 않지만 노무현 대통령이 그 처신을 두고 중대한 기로(?)에 있는 듯 하다.
보도에 따르면 노무현 대통령은 “(한나라당이) ‘연정 그 정도 갖고는 얽혀서 골치 아프니까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해 보겠다”며 “나한테 더 큰 요구가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노대통령은 또 “책임정치를 하는 나라에서 29% 지지도를 갖고 국정을 계속해서 운영하는 것이 과연 책임정치의 뜻에 맞는가, 이 수준의 국민적 지지도를 갖고 국정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를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대통령의 뜬 구름잡는 식의 계속되는 의사표시에만 의구심을 표하고 있을 것이 아니고 이제 우리도 법률가 대통령과 함께 우리나라의 현행 헌법에 기초한 실현성있고 합헌적이고 영양가 있는 옵션을 검토해 볼 때가 됐다고 할수 있다.
첫째로 헌법이 대통령에 부여한 임기는 ‘29%’의 국정지지율에도 불구하고 5년이 보장되어 있다. 따라서 다음의 본인이 행한 취임선서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가를 보위하며 조국의 평화적 통일과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민족문화의 창달에 노력하여 대통령으로서의 직책을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에 따라 앞으로 남은 임기동안 ‘군말없이’집무하면 된다.
둘째로 노대통령의 자유의사대로 “‘권력을 통째로 내놓으라’면 검토해 보겠다”며 “나한테 더 큰 요구가 있으면 검토하겠다”고 말한 것이 만약에라도 사임을 의미한다면 누구도 그 거취를 막을 수가 없다. 사임 후 대한민국 국민이 가질 수 있는 옵션은 헌법절차에 따라 권한대행을 거쳐 후임선거를 할 수밖에 없다.
언제냐 어느 길이냐는 전적으로 노무현 대통령에 달렸다.
앞으로 2년반을 주어진 국민의 뜻을 성실하게 받들며 대통령직에 충실하던지 또는 사임을 불사하던지는 노대통령의 옵션이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외 안보, 경제문제 등 산적한 난제 앞에서 국민을 더 이상 헷갈리게 하지 말고 둘중에 하나를 쾌히 발표길 바란다.
자고로 방귀가 잦으면 결국 대변을 싸기 쉽다 했다. 대통령이 취임 후 ‘대통령 못해 먹겠다’의 의사표시 이래 너무 ‘방귀’가 잦은 것이 아닐까.또는 말이 결국 씨가 되는 것은 아닐까.
프레데릭 포사이스의 소설 <악마의 선택>을 고소(苦笑)로 떠올리면서 노대통령의 속내가 의도하는 선택의 폭을 가늠해 볼 수 있을까.
김남교 / 재영 칼럼니스트
nkymm@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