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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 산책길에 나를 반겨주는 것들
코리안위클리  2005/08/18, 02:49:10   
산책은 곧 기도입니다. 최소한 내게 있어서 산책길은 기도의 동산을 오르내리는 거룩한 순례의 길입니다. 내가 가는 산책길은 정해져 있습니다. 시간이 좀 많으면 동네 공원 뒷편의 녹지대까지 이르고, 시간이 없다 싶으면 그냥 동네 한바퀴입니다. 동네 산책은 별다른 이야깃거리가 없지만, 공원 뒤편의 녹지대까지의 산책은 몇 가지 이야기 거리가 있습니다.
산책길을 나서면 가장 먼저 나를 반겨주는(?) 것은 좀 고상하게 표현해서 강아지 똥입니다. 골목길에 드문드문 일을 벌여놓은 강아지 똥이 나를 불쾌하게 반겨주고 있는 것입니다. 강아지 똥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한 순간 불쾌감으로 기울지만 이내 담담해집니다. 왜냐하면 아동문학가 권정생 선생이 쓴 아름다운 동화 <강아지 똥>이 생각나기도 하고, 좀더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강아지 똥과 사람의 똥과는 결코 다르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입니다. 강아지가 골목어귀 혹은 공원에 실례를 하는 것과 내가 깨끗한 화장실에서 실례를 하는 것이 뭐가 다른 것일까? 별로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강아지 똥은 내게 겸손을 가르쳐줍니다. 내가 강아지와 다르지 않으며, 위대하지 못하며, 특별하지 않다는 사실, 그 깨달음을 강아지 똥이 내게 가르쳐 줍니다.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한때는 유행했었습니다. 사람은 동물과 다르다는 것입니다. 특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사람과 동물의 비슷한 점에도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사람과 동물은 다르지만 다르지 않습니다. 생로병사의 준엄한 과정을 거친다는 차원에서 우리는 즉, 나와 강아지는 동무이고 형제이고 자매입니다. 그래서 강아지는 내게 겸손을 가르쳐 줍니다.


공원 저쪽 끝에서 불어오는
바람소리 그 때 그대로
나 잠시 그 때 그대로
변하지 않는 것은 어디에도 없으며
그래서
머물러 있는 시간은
모두 눈물겹고 아름답다.
<나의 시 ‘아름다운 시간’>

그 다음으로 산책길에서 나를 반겨주는 것은 공원 뒤편에 자리한 녹지대입니다. 공원은 사람의 손으로 깨끗하게 손질되어 있지만 그 옆에 붙은 녹지대는 사람의 손길이 가지 않은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모습입니다. 그 사이로 오솔길이 나 있고, 가끔 벌이나 나비라도 같이 날아 준다면 천혜의 산책길이 되는 셈입니다. 이 오솔길을 걸으며 나는 기도합니다. 하루 동안 하나님께 감사한 일들이 무엇이었나, 또 하루 동안 하나님 앞에 지은 죄는 무엇이었나, 그리고 내가 하나님께 소망하는 일들이 잘 성취되기를 기도합니다. 그리고 아울러서 지금 이시간 하나님께서 내게 말씀하시는 응답에 대해서 귀를 기울입니다. 때로는 주기도문을 소리내어 암송하기도하고, 사도신경을 조용히 암송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산책의 기도를 하다보면 어느새 오솔길 산책길은 끝이 납니다.
또, 이 오솔길 옆에는 작은 개울이 흐르고 있는데, 비록 맑은 물은 아니지만 가끔 바람이라도 불어 올 때는 그 개울물이 더 신선하게 느껴집니다. 그러니 나는 매일 신선한 물과 바람으로 내 더러워진 머리와 마음을 씻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오솔길을 산책하면서 가끔 시를 흥얼거리기도 하는데, 자주 천상병 시인의 <귀천>이라는 시를 흥얼거립니다.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며는,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내가 알기에 천상병 시인은 원래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출신입니다. 그런 그가 왜 ‘경제’를 버리고 ‘시’를 택한 것이었을까. 물론 내가 그를 본적도 없지만 나는 그가 ‘경제’를 버리고 ‘시’를 택한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경제’를 버려야만 ‘시’를 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경제와 시는 공존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마치 ‘재물과 신앙’을 동시에 섬길 수 없는 이치와 같습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두 주인을 섬기지 말라”고 명령하셨고, “네가 갖고 있는 재산을 모두 버리고 나를 좇으라”고 하셨습니다. 그렇기에 천상병은 경제를 버리고 시의 제단에 그 스스로의 몸을 재물로서 올려놓은 것입니다. 그리고 시의 제단에서 그 자신의 몸을 불살라서, 고결한 시를 잉태하고 출산했던 것입니다. 산책길마다 천상병을 비롯한 고귀한 영혼을 만날 수 있는 것, 그것은 하나님의 놀라운 은총입니다.

내 산책길에는 반가운 친구들이 여럿 있습니다. 공원까지 이르는 집들의 정원에 심겨진 나무와 꽃들, 그들이 내 사랑스러운 친구입니다. 특히 가지런히 서있는 가로수들은 나를 많이 위로해줍니다. 물론 그곳에 다른 나무들도 많이 있지만, 왠지 그 나무가 나를 위로해 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산책을 갈 때와 올 때, 그 나무에게 인사하듯이 눈길을 한번씩 더 주곤 합니다. 집집마다 한 두 그루씩 있는 장미꽃들도 내 사랑하는 친구들입니다. 특히 옆으로 길게 세워져 있는 줄을 따라 피어 있는 빨간색의 장미꽃들은 매번 내 눈과 마음을 자극합니다. 뭐라 표현할 수는 없지만 그 강렬한 인상이 좋습니다. 그 꽃들은 인생의 불꽃같은 열정을 간직한 요정들처럼 보입니다.

멀리 보이는 집들의 지붕은
그림을 보는 듯하고

새들의 재잘거림이 있는 공원에서
기쁜 마음에 세월을 잊는다

이렇게 나무에 기대고 있으니
모든 여유로움 여기 있구나

세상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이 풍경과 그리고
멀리 있는 내 사랑이니.
<나의 시 ‘다시 공원에서’>

이제 집으로 돌아가는 일이 남아 있습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한 가지 신비로운 현상이 생기는데, 그것은 이런 저런 상념들이 정리된다는 점입니다. 내 안에 품고 있었던 ‘불안과 불평, 슬픔과 아픔, 분노와 상처’가 산책길을 통해서 치유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마침내 하나님께서는 집의 현관을 열기 전까지 당신의 거룩한 응답을 한 가지씩 주시곤 합니다. 그 응답이 내게 힘이 되고,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고, 응원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나는 자주 산책의 길을 떠납니다.
내게 있어서 산책길은 기도의 길입니다.

산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올 때, 한 가지 신비로운 현상이 생기는데, 그것은 이런 저런 상념들이 정리된다는 점입니다. 내 안에 품고 있었던 ‘불안과 불평, 슬픔과 아픔, 분노와 상처’가 산책길을 통해서 치유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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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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