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태어나 외국 시민권을 얻은 이중 국적자가 가족과 함께 계속 외국에서 거주하는 경우 병역을 면제해줘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에 따라 병역 면제신청이 거부됐던 이중 국적자들의 유사 소송이 잇따를 전망이다.
병무청은 지금까지 ‘국외에서 가족과 같이 영주권을 얻은 사람’만 병역 면제 혜택을 줘왔으나 한국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외국 시민권자인 경우 면제 대상에서 제외해 왔다.
대법원 3부는 10일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취득한 박모씨(26)가 서울지방병무청장을 상대로 낸 병역면제 거부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외국에서 출생해 시민권자로서 가족과 함께 외국에서 거주하는 사람의 경우 국외에서 가족과 함께 영주권을 얻은 국민과 마찬가지로 병역면제 대상으로 봐야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원심은 영주권자가 영주 목적으로 귀국할 경우 병역의무가 부과되지만 시민권자는 병역면제 후 재입국해 경제 활동을 해도 병역의무를 부과할 수 없어 부당하다고 판단했지만, 그같은 시민권자에 대해선 다른 이유로 취업이나 입국을 제한할 수 있어 형평성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76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시민권을 얻은 뒤 현지에서 거주하다가 2000년 11월 병무청에 병역면제 신청을 냈으나 면제 대상이 아니라는 판정을 받자 소송을 냈으나 1, 2심에서는 패소했다.
이번 판결에 따라 박씨처럼 18세 이전에 한쪽 국적을 포기하지 않은 이중국적자도 국내 회사 근무 등 국내에서 경제활동을 하고자 할 때는 병역면제를 신청한 뒤 한국국적을 포기한 채 외국인으로서 국내 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외국 시민권자라도 출생에 의해 시민권을 얻은 뒤 외국에 혼자 거주하거나 국내에서 체류·거주해온 경우는 ‘외국 영주 의사’가 없는 것으로 간주돼 여전히 병역면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병무청의 설명이다.
국내에서 출생했으나 외국에 나가 후천적으로 외국 국적을 취득한 경우는 외국시민권자라도 국내 국적이 자동 포기된 상황인 만큼 이중국적자로 볼 수 없고 따라서 아예 처음부터 병역의무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