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우승으로 메인스폰서가 나타나면 정말 좋을텐데…”
장정 선수의 아버지 장석중씨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제일 먼저 한 말이다.
“아버지와 어머니를 직접 뵈니 작은 키가 아니신데요”라는 물음에 “글쎄, 엄마아빠를 닮았다면 키가 더 컸어야 하는데…”라는 충청도 억양이 섞인 말씨의 답이 돌아왔다(장정 가족은 지금도 충남 대전에 살고 있다).
스폰서가 없는 장정은 언니가 다니는 회사 STC의 로고를 가슴에 달고 다닌다. 또 골프클럽 가방에는 선명한 태극기를 크게 새겨 넣은 ‘특별’한 선수다.
런던에서 300마일 떨어진 서해안 사우스포트Southport에 있는 로얄버크데일 골프장에서 152cm의 작은거인 장정이 비바람을 동반한 궂은 날씨 속에서도 4라운드 내내 선두를 지키며 생애 첫 우승을 맛보았다.
프로데뷔 6년 만의 메이저 정복은 몸이 불편함에도 그림자 같이 보살펴 준 아버지에겐 값진 환갑선물이기도 했다.
지금까지
TV에 가장 많이 나온 한국사람으로 꼽히는 장정은 이번 우승의 비결이 미국인 캐디 덕분이라고 겸손하게 말하기도 했다.
“캐디는 날씨가 나빠도 경기내내 ‘열받지 말고 웃음을 보여라’고 요청했으며 적극적이고 긍정적인 시합태도를 갖도록 했다”고 소개했다. “마지막 날에는 ‘선두그룹 스코어보드를 쳐다보지 말고 소렌스탐과는 눈도 마주치지 말라’며 내 자신과의 경기에만 집중하도록 배려해 줘 큰 도움과 힘이 됐다”고 밝혔다.
마지막날 같은 조로 시합한 소렌스탐은 이상하리만치 힘을 쓰지 못했다. 몇 년 전 소렌스탐이 장정과 같은 조로 시합을 한 후 크게 놀라며 “이렇게 공을 잘 치는 (장정)선수가 있었다니…”라고 극찬한 적도 있다고 한다. 장정의 실력을 이미 잘 알고 있어 소렌스탐의 골프가 안 풀렸는지도 모른다.
1980년생으로 지난 6월 25세가 된장정은 올시즌 이번 대회를 포함 18번 출전에 ‘톱10’에 8번 들만큼 안정된 실력을 보이고 있다. 계속 정진해 더 많은 활약을 기대해 본다.
<사우스포트 =특별취재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