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의 이면을 밝힌 한 방송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이 영국 사회에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채널4>의 고발 프로그램인 ‘파견’(Dispatches)에서 2부작으로 방영되고 있는 ‘슈퍼마켓의 비밀들’은 현재 영국인 식료품비의 절반 이상을 빨아들이고 있는 대형마트가 어떻게 제품가격을 낮추고 이익을 늘려가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지난달 28일 방영된 첫 프로그램에서 소개된 닭고기 생산·유통과정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주요 대형마트들은 값싼 고기를 얻기 위해 ‘공장식 축산’으로 생산된 닭고기를 공급받았다. 원래 8~10주 정도 성장해야 할 닭들이 5주만에 자라도록 생육된다. 이런 닭들은 급속한 성장으로 인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아예 걷지 못하다가 밟혀죽은 닭들이 몰래 촬영된 카메라에 잡혔다.
급속 성장에다 운동량 부족으로 비정상적으로 지방이 늘어나, 닭 한마리당 지방이 500㏄를 훨씬 넘어섰다. 닭고기에 붙어다니던 ‘저지방 고단백 음식’이란 호칭은 더이상 사실이 아니게 됐다. 반면 뇌활동에 도움을 주는 지방으로 알려진 ‘오메가3’의 함량은 30년전 닭고기와 비교할 때 8분의 1 이하로 줄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한 연구소에서는 최근 이렇게 비정상적으로 사육된 닭고기의 공급 실태를 보기 위해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닭고기의 ‘닭무릎 화상’(hock burn)을 조사하였다. 닭무릎 화상이란 몸무게가 급격히 늘어나 무리가 간 닭무릎의 조직이 파괴되는 현상이다. 닭다리 부분에 붉게 피가 뭉쳐 있는 것은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대형마트의 닭고기 82%에서 이 닭무릎 화상이 발견되었다.
이 다큐멘터리에는 테스코 등 영국내 주요 대형마트의 사례들이 거의 모두 포함됐다. ‘lovelylady24’라는 아이디의 한 영국 누리꾼은 이 다큐멘터리 게시판에 “이 프로그램을 보고 냉장고 안의 닭고기를 모두 버렸다”는 글을 올렸다. ‘uktwotubs’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린 누리꾼은 “아내와 함께 다시는 대형마트에서 고기를 사지 않기로 하고 우리 지역의 정육점을 이용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