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전 10시 인천공항 출국장에는 본격적인 여름방학이 아직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미국, 영국, 호주 등으로 어학연수를 떠나는 초등학생들과 학부모들로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었다.
최근 환율 하락과 조기 영어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면서 중고등학생들에서 이제는 초등학생들까지 해외 어학연수에 나서는 현상이 눈에 띄게 급증하고 있는 것이다.
초등학교 6학년인 딸을 보스톤에 보내는 김모씨(45·회사원)는 “국내에서 영어교육을 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다른집 아이들은 벌써 4학년때 다녀왔다는 아내 성화때문에 할 수 없이 방학도 시작하기도 전에 어학연수를 보내게 됐다”고 밝혔다.
김씨는 “아이도 원하고 어학에 관한한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보내게 됐지만 1개월에 항공비용을 포함 6백여만원이 들어가 경제적으로 부담도 크고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자괴감도 드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 영어교육업체가 서울지역 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412명 가운데 응답자의 16%가 해외 연수 경험이 있다고 답한 바 있고 이중 88%는 기회가 된다면 또다시 출국하겠다고 응답했다.
특히 최근에는 어학 연수를 나가는 학생들의 연령이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대한항공은 이같은 ‘초등학생 나홀로 어학연수족’을 위해 출발에서부터 도착까지 출입국 수속을 대신해주고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한마음 서비스’(UM)를 실시하고 있는데 최근들어 신청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시아나 항공 역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신청 비용은 항공요금외에 별도로 6만원 정도의 비용이 추가된다.
그러나 교육전문가들은 “꼭 비싼 비용을 들여 해외에 보낸다고 교육효과가 곧바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며 국내에서도 서울시나 경기도 등 각 지방자치단체들이 실시하는 영어마을을 잘 이용할 경우 교육적 효과가 더 높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학부모들은 “국내 영어캠프는 신청자들에 비해 입소대상이 너무 적어 경쟁률이 너무 치열하다”며 “외화 유출을 막기위해서라도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주)헤럴드미디어사가 서울시로부터 위탁받아 운영 중인 풍납동 영어체험마을은 지난 6월15일부터 24일까지 무려 5000여명이 지원, 8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영어캠프에서는 세계 각지에서 모인 영어마을 선생님들이 준비한 각국 문화, 예술, 역사, 지리, 풍습 등에 대한 체험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세계 시민으로서의 능력과 소양을 기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숙식을 함께 하며 지내기 때문에 교육효과가 매우 높다.
또 경기도 안산 영어마을도 4주짜리 집중 코스를 마련, 경기도 내 초등학교 5학년부터 중학교 2학년까지의 재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영어 학습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밖에 구로구가 24일부터 6박7일 동안 평택대 국제교육원에서 `서머 주니어 잉글리시 캠프`를 여는데 초등학교 5·6학년생이 대상이며 접수기한은 10일까지고 참가비는 10만원이다.
성북구도 25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4~6학년 및 중학교 1~2학년생을 대상으로 무료 청소년 여름 영어캠프를 운영하며 용산구는 미8군 군무원과 가족들이 강사로 참여,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원어민 무료 영어교실을 7월 중 추가 모집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제화시대에 어학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해외 조기 어학연수가 번지고 있지만 각 지방자치단체나 학교에서 운영하는 실속있는 영어캠프를 찾는다면 굳이 해외를 나가지 않더라도 멋진 추억을 아이들에게 안겨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