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포토 커뮤니티 구인 전화번호 지난신문보기
전체기사
핫이슈
영국
한인
칼럼
연재
기고
스포츠
연예
한국
국제
날씨
달력/행사
포토뉴스
동영상 뉴스
칼럼니스트
지난신문보기
  뉴스전체기사 글짜크기  | 
좋은생각-어머니, 된장이 떨어져 갑니다
코리안위클리  2002/12/12, 05:30:55   
              김재철 님/경기도 수원시 매탄동
                                
냉장고에 넣어 두고 아껴먹던 된장이 5년 만에 밑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오랫동안 우리 가족의 입맛을 지켜 온 그 된장은 어머니가 살아 계실 때 손수 담그신 귀한 된장이다.
어머니는 좁은 아파트에 사시면서도 때만 되면 고추 말리랴, 메주 쑤어 장 담그랴 늘 바쁘셨다. 부모 형제 모두 일찍 돌아가시고 혼자 되신 어머니는 당신이 평생 해 온 일을 자식들에게 보여 주면서 지나온 삶을 조용히 돌아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한국전쟁 피난살이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때 어머니는 전쟁 전에 담가 놓은 간장이 그대로 있는 것을 보시고 무척 반가웠다고 했다.
어린 시절, 간장을 애지중지하며 음식을 만드시던 어머니 모습이 아직도 생각난다. 장맛은 오래 묵을수록 제맛이 난단다하며 항아리를 새하얀 행주로 닦고 또 닦으시던 어머니.
어머니는 우리와 함께 아파트로 옮기면서 대물림하는 항아리를 모조리 가져오셨고 이사할 때도 제일 먼저 항아리를 챙기셨다. 지금은 우산꽂이로 변해 버린 투박하고 볼품없는 새우젓항아리, 된장항아리, 고추장항아리…. 그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은 게 없었다. 그리고 해마다 옛날처럼 풍성하지는 못하더라도 그런대로 장을 담갔다.
나는 어릴 때 장독을 열어 보고 된장 표면에 하얗게 낀 곰팡이에 놀라 이런 지저분한 음식도 있구나 생각했다. 냄새도 고약했다.
나이 들어 힘이 부치는지 어머니는 예전처럼 많은 양의 장을 담그지는 못했지만 조금씩이라도 담그려고 애쓰셨다. 하루에도 몇 번씩 아이가 장난감을 보고 또 보듯이 아파트 발코니에 놓아둔 장 항아리 뚜껑을 열어 보며 흐뭇해하셨던 어머니.
그해 어머니는 유난히 많은 장을 담가 놓고 이듬해 봄, 조용히 세상을 떠나셨다. 어머니가 마지막으로 만드신 된장을 나는 차마 헤프게 먹을 수 없었다. 무려 5년 이상 어머니를 생각하며 아껴 먹었건만 아제 그 된장도 떨어져 간다. 된장을 통해 어머니의 손맛이 내 가슴속에 깊이 새겨져 왔는데, 이 된장마저 없어지면 어떻게 사나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어머니가 살아 계신다면 행여 된장을 시장에서 사 먹게 내버려 두실까?
어머니, 이제 된장이 다 떨어져 갑니다.

 플러스 광고
의견목록    [의견수 : 0]
등록된 의견이 없습니다.
이메일 비밀번호
자녀 무단결석 부모가 벌금 2002.12.19
영국 정부는 12일 공교육 정상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무단결석을 하는 학생들의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영국 정부는 하루 평균 5만명에 육박하는..
도버해협 대형 화물선 침몰로 비상 2002.12.19
볼보와 BMW 등 4천770만달러 상당의 고급승용차와 함께 도버해협에 수장된 노르웨이 국적의 대형 화물선 트라이컬러호가 세계에서 가장 붐비는 해양운송로를 가로막고..
해리왕자 출생 비밀캐기 머리카락 공방 법정갈듯 2002.12.19
왕위 계승 서열 3위인 해리(사진·Harry·18) 왕자의 머리카락을 훔쳐 DNA 샘플을 채취하려 한다는 미확인 정보에 발끈했던 영국 왕실이 법적 소송에 휘말릴..
영국 10월 무역적자 3백년만에 최고 2002.12.19
영국의 지난 10월 무역수지가 1697년 이래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다고 영국 통계청이 밝혔다. <BBC>방송에 따르면, 10월 영국의 무역수지 적자 규..
되살아나는 영국병 2002.12.19
80년 중반 이후 영국은 더 이상 흘러가는 노대국임을 거부한 나라다. 1979년 대처 총리가 개혁에 나선 이후 경제는 완전히 회복되었고, 90년대 중반 이후에는..
핫이슈 !!!
영국 재향군인회 송년 행사 개최    2021.11.23   
세계한식페스티벌 성황리 개최    2024.08.08   
비대위, 임시총회 8월 10일 개최    2024.07.25   
파운드화 10년래 최고    2024.07.25   
31일 서머타임 시작    2024.03.21   
헤이피버의 계절이 돌아왔다
영국, 약국서 ‘긴급 피임약’..
런던, 스마트폰 날치기 급증
21대 대선 유권자 등록 접수..
영국, 이민법 강화 이민자 축소
영국, 재외선거에 6177명 등..
‘킹스톤 2025’ 축제 열린다
재영한인 체육대회 개최
옥스퍼드 영어사전 속의 K푸드..
영국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뉴욕..
포토뉴스
 프리미엄 광고
회사소개  |  광고안내  |  생활광고신청  |  정기구독신청  |  서비스/제휴문의  |  업체등록  |  이용약관  |  개인정보 보호정책
영국 대표 한인신문 코리안 위클리(The Korean Weekly)    Copyright (c) KMC Ltd. all rights reserved
Email : koweekly@koweekly.co.u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