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 수치심을 자극할 수 있는 각종 일탈 행위가 일부 군부대 등에서 발생한 것으로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강원도의 한 전투경찰부대 전경들이 옷을 벗은 채 차려 자세를 취한 사진이 지난달 24일 인터넷에 유포된 데 이어 26일엔 해병대 소속으로 추정되는 병사들의 알몸 사진이 공개됐다. 일부 네티즌은 “일그러진 군부대의 성문화를 보여준 충격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전문가들은 “일부 고참 사병이 후배들에게 알몸 상태를 강요한 것은 심각한 가혹행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관행적으로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반론도 나왔다.
◆ 성추행 의혹까지 제기된 사진들=문제의 사진은 군부대 내무반에서 선임병이 속옷만 입은 후임병의 하의를 들춰 보거나, 중요 부위만 가린 채 서서 기념 촬영하고 있는 모습 등을 담은 것이다.
진상 조사를 벌이고 있는 국방부 관계자는 “사진에 나오는 흰색 팬티는 1997년까지 보급된 것이어서 사진을 찍은 시점은 5~6년 이전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이들 사진이 당시 전역한 장병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유출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해병대로 추정되는 병사들이 녹색 팬티를 내린 채 체벌을 받는 듯한 다른 사진 등이 인터넷에 나돌고 있었다. 녹색 팬티는 98년부터 보급됐다.
경찰은 또 전경 부대원들의 알몸 사진에서 대원들의 다리 등에 이물질이 묻어 성추행 의혹이 제기된 것과 관련, “이물질은 맨소래담 로션으로 밝혀졌으며, 선임 전경이 후배들에게 자위행위를 강요했다는 등의 성추행 의혹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실시한 군대 내 성폭력 현황에 따르면 조사 대상자 671명 중 15.4%가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 유형은 ▶신체 접촉 ▶성기 만지기 ▶키스 ▶성기 삽입 및 신체 애무 강요 ▶자위행위 강요 등의 순이었다.
국방대 김오현 교수는 “수십 명이 밀착해서 지내는 군 내무반에서는 동성 간에도 성추행 등의 소지가 많다”며 “이 같은 문제를 감출 것이 아니라 공론화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 가혹 행위 논란=인터넷에서도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 네티즌은 “남자들끼리 장난삼아 하는 짓을 놓고 인권 문제로 비약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군대에서 조직생활에 적응하는 과정의 일부이며, 좋은 추억을 만든 것”이라는 주장도 있었다. 그러나 “이 같은 행동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은 잘못이며,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