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영국 런던 외곽의 한인들이 많이 몰려사는 위성도시 킹스턴의 라치미어(Latchmere)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매우 이례적인 공연이 열렸다.
트라팔가 해전 승전 200주년 기념 국제관함식 참가차 영국을 방문한 한국 해군순항훈련함대(사령관 최윤희 준장)가 3년전 이맘 때 서해교전에서 전사한 윤영하(당시 28세·해사50기) 소령이 어린 시절 다녔던 라치미어 초등학교를 방문해 연 추모공연이었다.
해군 순항훈련함대 사령관 최윤희 준장(왼쪽), 라치미어학교 알 자와드 교장선생님과 학생들이 함께 공연을 보고 있다.
윤소령의 후배인 해사 60기 사관생도 42명으로 구성된 태권도팀을 비롯해 군악대, 의장대, 사물놀이팀 등 해군순항훈련함대 합동공연팀 전원이 참석했다.
어린이 관객들과 교사, 학부모, 지역 주민, 교민 등 100여명을 상대로 펼쳐진 이날 공연은 농악놀이, 군악대 연주, 사물놀이, 성악, 의장대 및 태권도 시범 등의 순으로 약 90분간 진행됐다.
태권도팀과 의장대 등의 혼신의 힘을 다한 공연에 어린이들은 동그래진 눈으로 발을 굴렀고 관중들 사이에서는 `‘멋지다(fantastic)’는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왔다.
2002년 6월 29일 참수리 357호를 지휘하며 연평도 근해를 경계하다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산화한 윤소령은 무역업을 하던 아버지를 따라 1983년부터 3년간 영국에 체류했으며 이때 라치미어 초등학교를 다녔다.
윤소령은 해군사관학교에 입학한 뒤 남긴 자기 소개 글에서 “처음하는 외국생활이었지만 급우들로부터 따뜻한 정을 느꼈다”고 적었다.
이런 사실을 접한 최윤희 순항훈련함대 사령관은 해군 합동공연을 라치미어 초등학교에서 개최할 것을 제안했고 알 자와드(Al Jawad) 교장이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순항훈련함대 공보 참모 최태복 소령은 “라치미어는 고 윤소령이 처음 다녔던 학교이고 킹스턴은 제 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이었다”며 “고인의 자취가 남아 있는 곳에서 넋을 추모하고 한국과 영국의 우정을 도모하기 위해 이곳에서 공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알 자와드 교장은 “20여년 전 우리 학교를 다녔던 어린 학생이 훌륭한 장교가 됐다가 북한과 교전에서 숨졌고 또 그를 기리기 위해 한국 해군이 멀고 먼 이곳을 찾았다는 것은 너무나 놀랍고 극적인 이야기”라면서 “뜻깊은 공연에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해군은 이날 대전충남 종이접기협회에서 손으로 종이를 접어 제작한 `‘충무공 이순신과 거북선’, `‘넬슨 제독과 범선’ 등 2개의 초대형 액자를 기념품으로 전달했다.
알 자와드 교장은 “뜻깊은 공연과 훌륭한 선물에 너무나 감사하다”며 “영원히 윤소령을 기억하겠다”고 말했다.
해군 순양훈련함대는 이날 공연을 끝으로 5박6일간의 영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치고 1일 다음 목적지인 독일을 향해 떠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