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리더로 맞아 유럽 통합이 더욱 삐걱댈 것인가, 아니면 침체된 유럽경제가 회복의 구심점을 마련할 것인가.
오는 7월1일 영국이 유럽연합(EU) 순회 의장국이 되는 것을 앞두고 23일 블레어 총리가 유럽의회에서 “근본적 개혁을 이루지 못하면 결국 실패할 것”이라며 향후 유럽의 비전에 대해 연설했다. EU는 25개 회원국 정상들이 6개월씩 차례로 의장직을 수행한다. 정례화된 의장직이지만 유럽 통합이 흔들리는 시점에 갈등을 부채질했던 블레어 총리가 의장직을 맡게 돼 ‘폭풍의 눈’이 되고 있다.
이날 블레어 총리는 “EU가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경제개혁을 통해 거듭나지 않으면 경제블록과 사회 모델로서 모두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EU 내에서는 유럽을 정치적 공동체로 강화해야 한다는 프랑스·독일과 경제 공동체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영국의 주장이 엇갈렸다.
이에 대해 블레어 총리는 “유럽이 마치 정치적 공동체냐 아니면 느슨한 자유무역지대로 남느냐를 선택해야 하는 것으로 오해하지 말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럽의 진짜 위기는 유럽헌법의 지지를 받기 힘들 정도로 정치적 리더십이 위기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블레어 총리는 “나는 열정적인 친유럽인”이라며 직설적이고 시원시원한 연설을 했다. 그동안 점잔 빼는 EU 지도자들한테서는 보기 힘들었던 열정적 연설에 박수와 야유가 동시에 쏟아졌다. 최근 블레어 총리가 영국의 유럽헌법 국민투표를 무기한 연기하고, 농업보조금 개편 등을 요구하면서 2007~2013년 EU 예산안 합의를 지연시킨 문제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