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T 점수가 잘 나오지 않아 걱정이야”, “올해부터 영어작문이 포함돼 만만치 않아”….
새벽 7시 서울시 강남구 대치동 ‘서울어학원’. 가방을 멘 수십명의 고등학생들이 학원 문을 들어서며 한국어와 영어를 섞어가며 나누는 대화다. 이들은 미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싱가포르 등 영어권 국가에서 공부하는 조기유학생들이다. 여름방학을 맞아 국내 학원에서 미국 대입학력고사(SAT)와 토플(TOEFL)을 공부하기 위해 귀국했다.
서울 강남의 10여개 SAT 전문학원에서는 미국 등의 여름방학에 맞춰 이달부터 일제히 ‘SAT·TOEFL 집중강좌’를 개설했다. 한마디로 전례없는 ‘여름방학 특수’다. 어학전문학원들이 ‘대박’을 맞는 것은 최근 급증한 조기유학생들이 국내 사교육으로 ‘역유학’ 오는 현상 때문이다.
강남의 한 유명 어학원은 올여름 ‘SAT 준비반’ 수강 인원을 1500명선으로 추산했다. 학원 관계자는 “지난 7일부터 수업을 시작한 1차 수강생 200여명은 대부분 미국 사립기숙학교(Boarding School) 조기유학생들”이라고 말했다. 미국 휴스턴 지역에 유학 중인 이모(19)군은 “2년 전 유학을 갔는데 매년 여름방학마다 들어와 수업을 듣는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것이 점수에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군처럼 조기유학생들이 몰리는 이유는 국내 학원이 단기간에 ‘SAT 점수 높이기’에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텍사스주에서 공부하고 있는 김모(15)군은 “선배로부터 SAT를 잘 보려면 한국 학원에서 공부하라는 말을 들었다”며 “와서 보니 미국보다 공부량이 엄청나게 많다”고 말했다. 이 학원 관계자는 “매일 시험을 보고 상당한 양의 공부를 시키기 때문에 학생들의 성적이 많이 향상된다”고 말했다.
국내 학원이 ‘SAT 점수 올리기’에 효과가 있다는 입소문이 돌면서 최근에는 교포들도 ‘역유학’ 대열에 동참하고 있다.
중국·필리핀·말레이시아로 조기유학 코스가 다양화되면서 이들 나라의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한국 학생들도 오고 있다. 4년 전부터 싱가포르 국제학교에 재학 중인 양모(17)양은 “선배들이 미국대학에 진학하려면 한국학원에 가라고 해서 오게 됐다”고 말했다.
학원가에 따르면 매년 SAT를 공부하기 위해 여름방학 때 귀국해 학원에 다니는 조기유학생은 5000~6000여명. 한 달 평균 수강료(30만~60만원)가 미국 학원비의 20~30% 수준인 것도 학생들이 몰리는 이유이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