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41조원대의 분식회계 혐의(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대한 법률위반) 등으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16일 구속하고경기도 의왕시에 있는 서울구치소 내 일반 사동의 독방에 수감했다. 김전회장이 그동안 뇌물 공여 혐의로 두 차례 불구속 기소된 적은 있지만 구속수감된 것은 처음이다.
김전회장의 영장을 심사했던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김재협 부장판사는 “(김전회장이) 이 사건 범행으로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끼쳤으며, 재판을 받았던 공범들과 비교하면 더 중한 실형선고가 예상된다”며 영장발부 사유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김전회장은 1997∼98년 ㈜대우에서 27조원의 분식회계 등 4개 계열사를 통해 같은 기간 모두 41조원대의 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 등이다. 이와 함께 1981년 영국에 세운 비밀 금융조직인 BFC(British Finance Center)를 통해 200여억달러(당시 환율로 25조원)의 외환을 빼돌린 혐의도 김전회장의 구속영장에 적시됐다.
김전회장은 이날 오후 7시10분쯤 서울구치소로 이동하기 위해 대검 청사를 나오면서 “국민과 대우가족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 참회하는 심정으로 사법 당국의 처분을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는 “채권단의 권유로 외국행에 올랐다”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과 관련, “나중에 기회 있으면 말씀드리겠다”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다. 김전회장은 호송 차량에 오를 때까지 수사관들의 부축을 받았으며, 줄곧 착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오후 7시40분쯤 서울구치소에 도착한 김전회장은 수의를 지급받은 뒤 의무과 소속 의사의 정밀진단을 받았다. 김전회장이 수감된 사동은 의무과가 인접해 있어 위급상황 때 신속한 대처가 가능하다.
약 1.2평 크기의 독방 내부에는 TV, 선풍기, 독서·식사용 소형 테이블 등이 갖춰져 있다. 또 수세식 양변기와 세면대도 구비돼 있다. 김전회장은 침대가 없는 온돌에서 지내고, 빨래·설거지·방 청소 등을 직접 해야 한다. 식기와 숟가락 등은 방 안에 보관해야 한다.
기상 시간과 취침 시간은 각각 오전 6시와 오후 10시다. 책과 신문(2부로 제한)을 읽을 수 있고 하루 1시간의 운동시간에는 높은 콘크리트 담으로 둘러싸인 구치소 내 20여 평의 운동장에서 걷거나 뛸 수 있고, 햇볕을 쬘 수도 있다.
한편 김전회장은 그동안 1999년 10월20일 중국 옌타이 자동차 부품공장 준공식에 참석한 뒤 잠적했다고 알려졌으나 이와 달리 잠시 입국한 뒤 해외로 도피한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을 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검찰은 김전회장이 그해 17일 중국으로 출국했다가 20일 입국한 뒤 21일 일본으로 출국했다고 밝혔다.
중앙일보 /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