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기 연속 집권 성공 노동당, 블레어 조기퇴진 압박 [영국대표 한인신문]

“현명하게 국정 운영하겠다” 개각 단행

집권에 성공한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가 선거에서 드러난 국민 여론을 반영해 국정을 “현명하고 분별있게 운영하겠다”며 6일 내각개편을 단행했다.
블레어 총리는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고 있는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과 측근 중의 측근으로 꼽히는 잭 스트로 외무장관을 유임시켰으나 전쟁 준비 미비로 불필요한 영국군 사망자를 내게 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제프 훈 국방장관은 경질했다.
노동당은 5일 실시된 총선에서 전체 645개 지역구 중 624곳의 개표가 완료된 가운데 355석을 얻었으며 보수당은 197석, 자유민주당은 62석을 각각 확보했다. 2001년 총선에 비하면 노동당의 다수 의석이 167석에서 66석으로 줄어든 결과다.
한편 블레어 총리가 총선에서 3기 연속으로 집권하는데 성공은 했지만 노동당 내부인사들로부터 조기퇴진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고 유럽 언론들이 9일 일제히 보도했다. 블레어 총리가 퇴진할 경우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이 후임으로 유력하게 거명되고 있다.
블레어 총리가 임명했던 프랭크 돕슨 전 장관은 이날 “블레어가 총선을 지휘하지 않았더라면 노동당의 의석수가 더 늘었을 것”이라며 블레어에게 직격탄을 날렸다.
로빈 쿡 전 외무장관도 블레어의 사퇴를 간접적으로 촉구했다. 블레어 총리가 퇴진 압력을 받고 있는 것은 총선을 치르면서 지도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총선에 출마했던 노동당 의원들은 대부분 블레어 총리의 얼굴 사진을 선거용 브로슈어에 싣지 않았다. 블레어 총리에 대한 유권자들의 여론이 좋지 않다는 지역구 의원들의 자체 판단에 의해서다.
유럽 언론들은 블레어 총리의 사퇴시기는 영국 정치일정과 맞물려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영국은 오는 7월 서방선진국 8개국 정상회담을 주최하고 올해 말부터는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EU) 순회 대통령직을 맡게 될 예정이다.
블레어 총리가 내년 초로 예정된 유럽헌법 지지여부를 묻는 국민투표를 앞두고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늦어도 올해 말 사퇴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한편 블레어 총리를 지지하는 노동당 소속 장관들은 사퇴 압력을 일축하고 있다 .
연합뉴스/한국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