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ㆍ박사 학위나 고급자격증 소지자가 너무 많다 보니 취업에 오히려 걸림돌이 돼요.”
올 하반기 대기업 공채에 30여차례 지원했다가 서류전형에서 연거푸 낙방한 Y대 석사 출신 L(30)씨의 푸념이다. 그는 석사학위가 취업에 장애가 될 것 같아 최근 4곳에 낸 입사원서에는 아예 학위를 기재하지 않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의 취업난을 피해 국내 대학원과 해외유학길에 올랐던 석ㆍ박사 학력의 고급 인력들이 최근들어 구직에 나서면서 L씨 처럼 학력을 속이는 고학력구직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채용정보사이트 잡링크(www.joblink.co.kr)가 고학력 구직자 1,326명을 대상으로 조사,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응답자의 66%(874명)가 ‘석ㆍ박사 학위나 고급자격증이 채용전형에 방해가 된다”고 답했다.
특히 31%(411명)는 ‘입사지원서 제출 때 석ㆍ박사 학위나 고급자격증 소지사실을 숨긴 적이 있다”고 밝혀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고학력자 취업전선의 이상기류는 기업들의 채용 추세와 무관치 않다. 대다수 기업들이 연구개발(R&D) 부문을 제외한 일반직종의 경우 ‘가방 끈 긴 사람은 싫다’는 고학력 기피경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고학력자를 제외한 한 업체 관계자는 “고학력자들은 대졸 공채로 입사해도 조직에 대한 적응이 늦고 임금 수준에 불만이 많아 이직하는 경우가 많다”며 “고학력자들이 억울함을 호소해도 회사의 미래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