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전화는 가입형 할인서비스, 무선전화는 인터넷망 서비스
“아는 만큼 싸진다”, “누를수록 싸진다”.
이 두 가지를 명심하면 국제전화를 비교적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저렴한 정도가 아니다. 일반 국제전화 요금의 20~30% 정도면 거뜬하게 이전과 똑같이 국제전화를 이용할 수 있다. 최근 광고가 쏟아지는 003**, 007** 등이 대표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국제전화를 싸게 걸 수 있는 방법은 이들만 있는 게 아니다. 상품의 종류가 수십 가지여서 통신회사 직원조차 요금체계를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그만큼 모르면 손해를 본다.
가입비 내면 1시간 통화로 본전 뽑아
그럼 어디가 제일 쌀까 소비자들의 질문은 당연히 여기에 모아진다. 물론 한마디로 답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비용과 편리성을 함께 감안한다면 유선전화는 가입형 할인서비스를, 무선전화는 00***로 시작하는 인터넷망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일단 국제전화 시장을 주도해온 기간통신 사업자들의 유선 국제전화 표준요금은 매우 비싸다. KT·데이콤·온세통신이 그들이다. 미국으로 전화를 걸 경우 1분당 요금은 KT(001) 726원, 데이콤(002) 714원, 온세통신(008) 696원이다. 아무 생각 없이 001·002·008 등을 누르고 15분 정도 통화하면 금방 1만원이 넘어간다. 지금도 이처럼 비싼 요금을 내고 국제전화를 쓰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국제전화를 거는 것은 돈을 그냥 통신회사에 갖다바치는 것과 같다.
유선전화로 국제전화를 하면서 할인받을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일단 심야시간이나 공휴일 등 할인시간대에 사용하면 요금이 30%가량 절약된다. 자기가 통화할 대상 국가나 번호를 미리 지정해 요금을 할인받는 방법도 있다. KT에는 주말휴일특별통화라는 것이 있다. 대상 국가 3개를 정해놓은 뒤 월 2만원을 내고 2시간씩 국제전화를 하게 하는 제도다. 물론 주말에만 이용할 수 있다. 착신번호 할인서비스도 있다. 5개 번호를 지정해놓으면 10~30%씩 할인받을 수 있다. 데이콤과 온세통신도 3개의 착신번호를 미리 지정하면 10~35%의 요금할인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사람들은 이러한 복잡한 할인요금제를 굳이 이용할 필요가 없다. 훨씬 싼 가입형 할인서비스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입형 할인서비스는 유선전화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현실적으로 가장 싸게 국제전화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KT·데이콤·온세통신 모두 가입비 3만원만 내고 국제전화 할인상품에 가입하면 똑같은 전화를 30% 안팎의 비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KT는 스페셜DC, 데이콤은 파워DC, 온세통신은 슈퍼DC라는 이름의 상품이다. 미국으로 거는 전화요금의 경우 스페셜DC는 1분당 199원, 파워DC는 199원, 슈퍼DC는 195원이다. KT는 1시간 동안 표준요금으로 미국과 국제통화를 하면 4만3560원, 가입형 할인서비스로 통화하면 1만1940원이다. 가입비 3만원을 합해도 표준요금보다 싸다. 일단 가입하면 1시간 통화만으로 본전을 뽑는 셈이다.
KT·데이콤·온세통신의 가입형 할인서비스는 유선전화만이 아니라 휴대폰으로도 이용이 가능하다. 오히려 가입비가 더 싸다. 유선전화는 가입비가 3만원이지만 이동전화는 1만원이다. 001·002·008 가운데 하나를 선택한 뒤 1만원만 내면 자기 휴대폰으로 유선전화 가입형 할인서비스와 같은 요금으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 011·016·019 가운데 어느 이동전화 회사에 가입했는지는 상관없다. 아직도 휴대폰으로 국제전화를 걸면 요금이 비쌀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요즘 국제전화 요금체계는 유선과 무선이 동일하다. 가입형 할인서비스 상품의 요금체계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국제전화를 하기 위해 휴대폰을 쓰는 데 주저할 이유는 전혀 없다.
가입형 할인서비스와 견줄 수 있는 저렴한 국제전화 서비스는 003**, 007** 등 5자리 식별번호를 누르는 인터넷 회선망 이용 별정통신이다. 요즘 많이 쏟아져나오는 ‘휴대폰 전용 국제전화 서비스’라는 것이다. 이들의 장점은 가입비와 별도의 절차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냥 자기 휴대폰에 식별번호 5자리만 누르고 국제전화 번호를 누르면 그만이다. 물론 음성망이 아닌 인터넷망을 이용하기 때문에 통화품질은 떨어진다. 하지만 미국·일본 등 통신 인프라가 발달한 나라들은 품질 차이가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일단 5자리 번호를 누르면 국제전화가 훨씬 싸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휴대폰 국제전화 두려워 말라
인터넷망 이용 별정통신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 이동통신 3사가 자회사를 통해 서비스하고 있는 SK텔링크의 00700, KTF의 00345, LGMRO의 00388이다. 물론 유선전화 회사들도 이런 상품이 있다. KT의 00727, 데이콤의 00300, 온세통신의 00365, 하나로통신의 00766이다. 이 가운데 00727과 00300은 자사의 가입형 국제전화 할인서비스 요금보다 비싸기 때문에 경쟁력이 없다. 따라서 유명무실한 상품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많이 이용되는 것은 00700, 00345, 00388, 00766, 00365 5가지다. 이 가운데 온세통신의 00365는 유·무선 모두 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편리하다. 하나로통신의 00766도 유·무선 모두 이용할 수 있지만 유선전화는 하나로통신 가입자로 이용이 제한된다. 나머지는 이동전화에서만 이용이 가능하다. 편리한 것은 이동전화 가입회사에 상관없이 아무 식별번호나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011 가입자가 016의 식별번호 00345를 사용할 수 있다. 019 가입자가 하나로통신 식별번호 00766을 사용해도 상관없다.
별정통신 업체마다 요금 천차만별
별정통신 사업자들의 요금은 천차만별이다. 이동전화 3사와 하나로·온세통신 5개만 비교할 때 미국 국제전화 요금은 174~188원이다. 174원을 받는 곳은 00365며, 288원을 받는 곳은 00700이다. 둘 다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별정통신사업이지만 00700이 00365보다 66%나 비싸다. 따라서 00*** 5자리로 시작하는 국제전화 서비스는 모두 싸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 업체에 따라 차이가 크다. 일본·중국·홍콩·영국 지역으로 통화하고자 할 때는 00388이 가장 싸다. 홍콩의 경우 00388 요금이 388원인 데 반해 00700과 00365 요금은 498원으로 28%가량 높다. 따라서 자주 통화하는 대상 국가에 따라 번호를 선택해두면 된다.
앞에서 사례로 든 5개 사업자 외에도 국제전화 서비스를 제공하는 별정통신 사업자는 33개가 더 있다. 한솔월드폰(00770), 아이넷텔레콤(00344), 삼성네트웍스(00755), 나래텔레콤(00321) 등 이름 없는 사업자들이다. 모두 38개의 별정통신 사업자가 00***의 식별번호를 가지고 국제전화 사업을 한다. 이름 없는 별정통신 사업자들의 요금은 더 싸다. 삼성네트웍스는 1분당 요금이 미국 174원, 일본 318원, 중국 294원(12월1일부터 552원으로 인상), 홍콩·영국 378원 등이다. 따라서 값싼 국제통화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름 없는 별정통신 사업자를 찾아 지역별 요금표를 비교해보면 된다. 그리고 이들 별정통신 사업자들도 심야나 공휴일 할인시간대를 적용하고 있다. 이 시간대에 통화를 하면 10% 안팎의 요금을 할인받는다.
선불카드를 이용하면 00***보다 더 낮은 요금을 적용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 1만원, 2만원 등 일정 금액의 카드를 미리 사야 하기 때문에 번거롭다. 고정적으로 국제전화를 많이 하는 사람은 편리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은 갑자기 필요가 생겼을 때만 국제전화를 하기 때문에 선불카드를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유선전화는 가입자 할인서비스를, 이동전화는 5자리 식별번호를 쓰는 방식이 비용과 편리성 면에서 가장 손쉬운 절약방법이다.
한겨레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