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의회가 11일 활동을 중단하고 5월5일로 예정된 총선체제에 돌입했다.
지난 5일 영국법에 따라 여왕에게 의회 해산을 요청한 블레어 총리는 “모든 선거구의 모든 표를 위해 싸울 것”이라며 사상 초유의 노동당 3연속 승리와 노동당 출신 첫 3선 총리를 향한 전의를 불태웠다.
현 집권당인 노동당은 그 간의 경제성과를 집중 부각시키면서 의료 교육 등 공공부문 개혁의 성공적 마무리와 경제 안정화를 위한 시스템 구축을 재집권하기 위한 핵심 공약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토니 블레어 총리가 “경제가 총선 승리의 열쇠”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노동당은 특히 고령층 세금 감면 등 파격적인 조세정책으로 지지층을 넓혀가고 있다. 연금 수혜층인 65세 이상이 전체 유권자 중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1야당인 보수당은 장기적인 정책 대안보다는 이민 문제, 감세 정책, 범죄 대응 문제 등 영국 보수층의 관심거리를 중심으로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소위 ‘치고 빠지는 게릴라 전법’으로 지지 세력을 결집시키고 있다.
선거 결과는 이변이 없는 한 블레어 총리의 3기 연임이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 사이에는 ‘생각할 수 없는(unthinkable) 일이었던 노동당의패배가 요즘 상상할 수 있는(imaginable) 상황까지 왔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노동당의 승리 가능성이 높지만 1997, 2001년 총선과는 다른 양상이 전개되고 있다고 6일 보도했다. 최근 수주일간 보수당의 지지율은 빠르게 상승하는 반면 노동당의 인기는 블레어 총리 개인의 인기와 더불어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관측이다.
5일 현재 여론조사는 노동당이 보수당을 2~5%포인트 앞서고, 자민당은 10~16%포인트 차이로 보수당을 추격하는 양상이지만 격차는 좁혀지는 추세다. <더 타임스>는 부동층이 80여만명(전체 유권자 2%)에 불과하다며 이들에게 여야 구도가 뒤바뀔 수 있는 165석의 향배가 달렸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의 쟁점은 이라크전과 경제다. 영국은 블레어 총리가 집권한 지난 8년간 경제 회복에 성공했고, 투자증대를 바탕으로 골칫거리였던 공공서비스의 질도 개선됐다. 반면 블레어 정부의 맹목적인 친미노선과 영국의 이라크 개입은 노동당 정부의 감표 요인이다.
한편 총선 결과가 영국의 대외 정책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럽 헌법 채택을 위한 국민투표를 추진중인 노동당과 달리 마이클 하워드가 이끄는 보수당은 유럽연합(EU) 헌법과 유로화 도입 반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찰스 케네디가 당수인 자유민주당은 EU 헌법·유로 도입에는 찬성하지만 이라크 조기 철군을 지지하는 입장이다.
경향신문/매일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