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영국 왕세자(56)와 그의 오래된 연인 커밀라 파커 볼스(57)가 드디어 결혼했다. 이들은 1970년 폴로 경기에서 처음 만난 뒤 각각 한 번의 결혼과 이혼을 거쳐 35년 만에 부부가 됐다.
찰스 왕세자와 커밀라는 9일 낮 12시30분 런던 서부의 윈저 시청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이로써 한때 찰스·다이애나 부부 파경의 원인제공자로 비난받았던 커밀라는 ‘콘월 공작부인’이란 공식 직함과 함께, 엘리자베스 2세 여왕에 이어 영국 왕실의 두 번째 높은 여성이 됐다. 이 결혼식은 60만 인파가 몰린 1981년 다이애나와의 결혼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조촐했다고 <BBC> 등 외신들이 전했다.
17세기 건축물인 윈저 시청 강당에서의 ‘세속 결혼식’은 시 호적등록관이 주재했다. 친척 위주의 하객은 30명도 채 되지 않았고 신원 확인과 결혼 의사 문답, 성혼선언을 거쳐 25분 만에 끝났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과 남편 필립공은 아들 찰스의 뜻에 따라 결혼식에 불참했다.
결혼식이 끝나자 시청 주변에 몰려든 2만여 인파는 새로 맺어진 부부를 축복했다. “다이애나가 비를 뿌릴 것이다”라는 불길한 소문에도 불구하고 날씨는 구름 한 점 없이 화창했다. 전통적인 연미복을 입은 찰스에 비해, 화려한 깃털 모자로 장식하고 청자색 비단 드레스를 입은 커밀라가 돋보였다.
찰스는 롤스로이스에 오르면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화답했다. 이들을 지켜보던 시민 티나 퀴니(59)는 “찰스는 다이애나에게 분명 잘못한 점이 있다”면서도 “그러나 과거는 과거”라고 말했다고 <CNN>이 전했다. 군중 속에는 ‘죄 없는 자 그에게 돌을 던지라’는 성경 구절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이들의 결혼을 지지하는 이들이 많았으나, ‘부도덕하고 부끄러운 일’이란 피켓을 흔들며 야유를 보내는 이들도 섞여 있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의 집전으로 윈저성에서 진행된 축복예배는 엘리자베스 2세 여왕 내외와 토니 블레어 총리, 커밀라의 전 남편 앤드루 파커 볼스 등 8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TV로 생중계됐다. 이 의식에서 찰스와 커밀라는 무릎을 꿇고 “우리의 영혼과 육신, 생각과 말과 행동, 서로에 대한 사랑을 신께 바친다”고 맹세했다.
이어 열린 축하연에서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은 “모든 험한 장애를 극복한 나의 아들 찰스가 자랑스러우며 행복하게 살기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찰스와 커밀라 부부는 이후 풍선을 매달고 뒤 유리창에 ‘방금 결혼했어요’(Just Married)라고 쓴 차를 타고 스코틀랜드에 있는 밸모럴 영지로 열흘간의 신혼여행을 떠났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