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을 눈앞에 둔 영국 가톨릭 교회가 낙태정책을 둘러싸고 전통적인 노동당 지지를 철회하고 야당인 보수당을 지지하고 나서 영국 정치판도에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고 <더 타임스>가 최근 보도했다. 웨스트민스터 교구장인 코맥 머피 오코너 추기경은 지난 14일 낙태 허용기간을 임신 24주에서 20주로 단축하겠다는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 당수의 주장을 찬양하고 그의 정책 지지를 선언하면서 총선 운동에 직접 뛰어들었다.
낙태를 반대하는 영국 가톨릭 교회는 지금까지 가난한 사람들과 노동계층 서민들을 대변하는 노동당을 지지해 왔으나, 이번 총선 운동 기간 중에 노동당 소속 토니 블레어 총리가 현행 낙태 허용기간 24주를 고수하자 보수당 지지로 돌아섰다.
영국의 가톨릭 신자 수는 잉글랜드와 웨일스에 약 450만명, 스코틀랜드에 70만명, 북아일랜드에 85만명 등 총 600만명에 이른다. 머피 오코너 추기경의 보수당 지지 선언으로 가톨릭 신자들이 대거 야당 지지로 돌아서지는 않을지라도 가톨릭 신자가 많이 거주하는 웨스트 미들랜드와 노스웨스트, 런던의 일부 지역에서는 이들이 보수당 지지로 돌아설 것으로 점쳐지면서 선거에 다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가톨릭 신자였던 민주당 대통령 후보 존 케리 상원의원이 선거운동 기간 중에 낙태지지 정책을 내걸었다가 5000만 가톨릭 신자 중 보수적인 신자들의 표를 많이 잃었던 전례에 비추어, 머피 오코너 추기경의 선언으로 블레어 총리가 주기적으로 미사에 참여하고는 있지만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신자들이 어느 정당을 지지해야 하는지 교회의 일반지침을 담은 편지에서 영국 가톨릭 주교단은 가정·교육·이민 문제 등을 이슈로 올리고 있는데, 머피 오코너 추기경은 이들 가운데 생명의 존엄성 문제를 가장 중요한 항목에 올려놓고 있다.
영국 주교단은 신자 유권자들에게 선거에 임해 총선 입후보자들에게 질의할 중요한 문제로 낙태, 안락사, 인간복제 반대 등을 포함한 6개 항목을 내걸었다. 라이엄 폭스 보수당 공동 위원장은 낙태 정책으로 적어도 유권자들이 마이클 하워드 보수당 당수가 원칙을 존중하는 정치가로 인식하고 그가 정치적으로 어디에 서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며, 블레어 총리는 원칙보다는 전술을 앞세우는 정치가라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