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23일로 취임 1년을 맞았다. 박대표에게 지난 1년은 야당 지도자로서, 나아가 차기 대권 예비주자로서 혹독한 검증의 기간이었다. “‘박근혜’는 ‘박정희’를 뛰어넘을 수 있을 것인가.” 검증의 잣대엔 늘 부친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었다. “조국 근대화·경제개발의 주역”, “민주화 운동을 탄압한 독재자”라는 부친에 대한 긍정·부정의 평가는 자산인 동시에 부채였다.
친일진상규명, 국가보안법 폐지 등 열린우리당을 중심으로 한 개혁 드라이브는 박대표에게 부친에 대한 재평가를 요구했다. 하지만 박대표의 태도는 강경했다.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에 ‘정체성 공방’으로, 친일진상규명작업에 대해서는 ‘야당 죽이기 음모론’으로 맞섰다. 이 때문에 여당 의원들은 ‘역시 유신의 딸’이라며 비아냥거리기 일쑤였다. 한나라당내에서도 박대표의 ‘보수회귀’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지난 연말 국가보안법 등 4대 법안 여야 협상과정에서 박대표가 보인 완고한 태도 때문이었다. 그 결과 지지세력이었던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은 박대표에게 등을 돌렸다.
게다가 지난달 행정도시법 국회통과로 당 내분이 격화하면서 박대표의 리더십은 최대 위기를 맞았다. 이 여파로 김덕룡 원내대표가 물러났다. 물론 ‘친박(친 박근혜)’ 성향의 강재섭 의원이 새 원내대표로 선출되면서 안정을 되찾기는 했다.
그럼에도 박대표 지지도는 하락세다.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5월 86.4%였던 ‘텃밭’ 대구·경북(TK) 지역의 지지율이 3월15일 현재 64.9%로 내려앉았을 정도다. 다만 행정도시법 통과 이후 대전·충청과 광주·전라지역의 지지율은 상승세로 돌아섰다.
박대표에게 변화조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대표는 “박정희의 딸이라는 사실을 잊어 달라”며 과거사 정면 돌파를 시도했고 ‘강제헌납’ 의혹이 있는 정수장학회 이사장직에서도 물러났다. ‘부친 박정희’를 극복하고 홀로서기하려는 시도로 풀이되는 대목이다. 이번 방미 중 북핵문제와 관련, 전향적 입장을 밝힌 것도 변화의 징후로 평가된다.
세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