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정보기술) 업계의 슈바이처’로 널리 존경을 받아온 안철수(43·사진) 안철수연구소(이하 안연구소) 사장이 18일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공부에 대한 끊임없는 ‘욕심’ 때문이다. 의사이자 교수의 길을 포기하고 벤처업계에 뛰어든 지 꼭 10년 만이다.
안사장은 이날 회사창립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사임을 전격 발표했다. 그는 홀가분한 표정으로 “작년 초부터 때가 되면 물러날 준비를 해왔다”며 “대학원에 진학해 그동안 하고 싶었던 공부를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후임 대표이사 사장에는 김철수 부사장이 임명됐다. 안전사장은 자신이 경영에 계속 간섭한다는 느낌을 주지 않게 회사 이름도 바꾸도록 했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의사이자 생리학박사, 단국대 의예과 학과장, 미국 펜실베이니아 대학MBA(경영학석사) 출신인데도 무슨 공부를 더 하려는 것일까? 그는 “아직 학교나 전공과목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의학, 바이오, IT(정보기술), 경영 등 다양한 경험을 살리는 쪽으로 공부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부를 마친 후에 회사로 복귀할 수도 있고, 기회가 되면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도 보람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안전사장은 부인과 자녀가 있는 미국으로 건너갈 것으로 보인다. 같은 의사 출신인 부인도 2년 전 “나도 당신처럼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겠다”며 미국 로스쿨에 진학했다.
안철수 전 사장은 1988년 의대 대학원생 시절 컴퓨터 바이러스 백신프로그램 ‘V3’를 만들었다. 더 중요한 것은 이 프로그램을 모든 사람이 사용할 수 있도록 아무 조건없이 무료로 공개했다는 점이다. 그는 새 컴퓨터 바이러스가 발견될 때마다 밤을 새워 ‘V3’를 업그레이드하며 정성을 쏟았다.
그는 95년 안연구소를 설립했다. 당시 외국 회사에서 수백억원에 회사를 팔라고 제의했으나 “한국 소프트웨어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며 거절한 일화는 유명하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벤처 거품이 만연하자 ‘사이비 벤처’를 질타하기도 했다.
국내 최대의 종합보안회사로 성장한 안연구소는 작년 매출액 338억원, 순익 106억원 등 창사 이래 최고실적을 올렸다. 안사장은 “한국에서 정직하게 사업하더라도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공익과 기업의 이윤추구가 양립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도 커다란 보람”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2년 중소기업청에서 벤처기업 대상과 동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미국 <비즈니스위크>, 세계경제포럼도 그를 ‘밀레니엄 리더’ ‘아시아의 차세대 별’로 선정한 바 있다. 그가 사임을 발표한 18일 회사 주가가 6.4% 떨어진 것은 ‘안철수’의 브랜드 파워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