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포로로 잡혔던 영국인 참전군인 대부분이 일본군의 잔혹한 행위를 잊지 못하고 아직도 일본을 증오하고 있다고 <옵서버>지가 13일 보도했다.
<옵서버>는 종전 60주년을 맞아 일본과의 화해를 위해 마련된 행사에 상당수의 참전군인들이 참가를 거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은 “일부 참전군인들은 일본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해 ‘화해의 악수’를 나누기도 했으나 대부분은 일본을 용서하지 못하고 있으며 이 문제를 놓고 참전군인들끼리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참전군인들은 미얀마에서 포로로 잡혔던 당시의 끔찍한 기억을 <옵서버>에 털어놨다.
헨리 딕슨 씨는 “동료가 다친 다리를 마취도 없이 절단당한 뒤 후유증으로 죽어가던 모습을 어떻게 잊을 수 있으며 용서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일본군이 던져준 돼지고기 한 덩어리에 포로 네댓 명이 달려들던 모습도 아픈 기억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참전군인들은 “동료들을 때리고, 굶기고, 참살한 일본군의 잔혹성을 용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한 참전군인은 “일본군을 때린 동료가 돌에 맞아 죽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다. 딕슨 씨는 “일본군은 포로들을 이렇게 다루면서 즐기는 것 같았다”고 전했다.
<옵서버>는 “당시 독일군에게 붙잡힌 영국군 포로 중에서는 4%가 숨졌는데 일본군에게 포로로 잡힌 영국군 중 27%가 숨졌다”고 밝혔다. 특히 태국과 미얀마를 잇는 ‘죽음의 철로’ 건설에 투입된 연합군 포로 가운데 1만2000명, 강제징용자 가운데 10만 명 이상이 건설 현장에서 질병으로 숨지거나 처형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양국의 화해를 위한 기념미사가 8월 21일 영국에서 열릴 예정이지만 대부분의 영국 참전군인들은 참석을 거부하고 있다.
미사를 추진하는 단체측은 “일본인과의 화해는 독일인과의 화해보다 훨씬 힘들다”고 말했다.
동아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