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만한 인재는 재벌이 다 쓸어가고, 본사 직원을 직접 보내기엔 생활환경이 마땅치 않고…’
아시아 3위의 경제대국인 한국에 진출하는 다국적 기업들이 현지 지사운영을 맡길만한 ‘인재’들이 부족해 고통받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지난달 24일 보도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고 국제적 감각도 지닌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그나마도 삼성·LG·현대 등 주요 재벌이 ‘싹쓸이’해가는 게 인재난의 한 원인이다. 게다가 교통·교육·의료 등 생활 여건도 아시아의 주요 경쟁도시보다 한참 처져 본사 직원을 파견하기도 여의치 않다는 것이다. 고급인력을 중개하는 콘 페리의 한국지사장 조너선 홈즈는 “러시아·인도·싱가포르 등에서 근무했지만 제대로 된 인재를 찾기가 가장 어려운 나라는 한국”이라며 “매출 5억달러 정도의 회사를 맡길 최고경영자(CEO) 후보도 온 나라를 뒤져야 4~5명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FT>는 한국 경제를 지배해온 5대 재벌이 쓸만한 인재를 선점하는 게 가장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재벌은 인재를 오랜 시간을 들여 나름의 방법으로 양성하기 때문에 외국기업의 요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직원들도 쉽사리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지 않는데다 다국적 기업에 남아있는 인재들은 오히려 재벌들의 스카우트 대상이 되고 있다.
영어를 제대로 하는 인재가 드문 것도 문제라고 <FT>는 지적했다.
인재알선업체 이곤젠더의 사이먼 김 한국지사장은 “미국 아이비리그에서 공부한 인재들도 도전적인 기업보다는 연구소·대학 등 쉽고 안정된 직장을 선호한다”고 전했다. 이런 이유로 본사 인력을 한국으로 보내는 기업도 적지 않다. 그러나 한국에 오는 외국인 임직원들은 서울의 극심한 교통난, 도쿄만도 못한 녹지율, 수도 적고 값비싼 외국인 학교 등 불편한 생활여건 때문에 고통을 겪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글로벌 인재 부족은 장기적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에도 위협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