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전화·PDA등 첨단기술 동원
고해상 축소복사기·투명필름 이용도
시험 끝나면 커닝고발 이메일 쇄도
대학가가 시험 때마다 온갖 수법의 ‘커닝’으로 얼룩지고 있다.
일부 학생들의 커닝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요즘은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학점을 잘 받기 위해 ‘사생 결단식’으로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전화·PDA·인터넷 채팅 등 ‘첨단 기술’이 동원되고 있으며, 시험이 끝나면 커닝 신고 메일이 담당 교수나 조교에게 쏟아져 들어오고 있다고 학교 관계자들은 말했다.
지난 14일 오전 서울 S대학교 교양과목 ‘도시역사의 이해’ 중간고사 시간. 시험장에 들어선 정모(20)씨는 담당교수가 “커닝하면 시험지를 빼앗겠다”고 학생들에게 경고하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학생 30명 중 10여명은 이미 책상 위나 필통 속에 커닝페이퍼를 준비해놓고 있었고, 교수의 감시가 소홀하면 페이퍼를 보고 적느라 부산했다고 정씨는 전했다. 정씨는 “학점에 나의 장래가 걸렸는데 나만 손해본다는 생각이 들면 분통이 터진다”고 말했다.
커닝에는 휴대폰 등 첨단 기술도 동원된다. 지난 1학기 서울 H대 교양국어 중간시험장에 감독으로 들어간 국문과 조교 곽모(26)씨는 한 학생이 책상 위에 올려놓은 휴대전화 불빛이 깜빡이는 것을 목격했다. 곽씨는 “다가가서 보니 먼저 시험을 보고 나간 학생이 문자메시지로 정답을 보내주고 있었다”고 말했다. 곽모씨는 “투명한 OHP필름이나 고해상도 축소복사기를 이용해 커닝페이퍼를 만드는 학생도 많다”고 말했다.
시험 중 컴퓨터를 사용하는 공대의 경우 더욱 골치를 앓고 있다. S대 전기공학과에서는 지난해 2학기 ‘회로이론’ 시험 도중 학생들이 ‘인터넷 메신저’를 화면에 띄워놓고 채팅으로 상의하면서 문제를 풀다가 적발됐다.
커닝을 하지 않으면 학점이 떨어질 것이라는 강박관념을 가진 학생들도 있다. H대 의대 2학년 유모(남·22)씨는 시험 볼 때마다 커닝을 해야 마음이 놓이는 ‘커닝 중독증’에 걸려 있다. 유씨는 “커닝을 해도 실제 성적은 거의 오르지 않는다”면서도 “학점에 대한 스트레스 때문에 커닝을 하지 않으면 불안해 견딜 수 없다”고 말했다.
S대 인문대 조교 서모(26)씨는 “시험이 끝나면 커닝한 학생을 고발하는 이메일이 몰려든다”며 “학생들을 불러놓고 대질 조사할 수도 없어 그냥 지나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진교훈 서울대 국민윤리교육과 교수는 “정의감이 높아야 할 대학생들이 부당한 방법으로 이기적인 목적을 달성하면서 죄책감이 없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면서도 “학점으로 학생의 모든 것을 판단하는 사회 풍토와 매년 비슷한 문제를 출제하는 교수들의 타성도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