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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칼럼> 왜 하필이면 김현식인가?
코리안위클리  2005/02/17, 03:47:18   
누구든 충분히 절망하고
쓸쓸해 질 수 있는
계절일지라도
한번쯤 황소걸음으로
넓은 공원을 가로질러 걸어볼 일이다
때로 여기저기 늘려있는 개똥에
걸음이 어지러워도
유행가 장단에 어깨춤 추는
젊은것들 흉내도 내어볼 일이다
추적추적 비라도 내리면
비 그친 뒤 피어날 수선화를 생각하며
온 몸으로
비도 맞아볼 일이다
다만 젖은 땅 밑에서 들려오는
어린 풀잎들의 노래만은
잊지말 일이다.
그러다 생각나면
흥얼흥얼 봄 노래라도 부르며
그렇게 그렇게 봄을 맞이할 일이다.

- 나의 시 ‘봄맞이’ -

지금 김현식의 노래를 들으며 이 글을 쓰고 있습니다. 요즘은 아주 가끔, 그래요, 아주 가끔, 그의 노래를 듣습니다. 나는 그의 CD를 딱 한 장 가지고 있습니다. 이것도 얼마 전 오랜만에 CD 정리를 하다가 맨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을 발견한 것입니다. 거기엔 ‘내 사랑 내 곁에’를 비롯한 ‘사랑했어요’ ‘추억 만들기’ 등등 그가 부른 주옥(?)같은 노래가 수록되어 있습니다. 나는 서슴없이 이 CD를 명반이라고 부르고 싶습니다.
엄격히 말해 나는 가요를 좋아하거나 잘 듣지 않는 편입니다. 내 직업이 성직자이기 때문이 아니라 굳이 말하면 클래식 애호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김현식의 노래를 좋아했던 것은 아닙니다. 그가 인기를 끌고 있을 당시 나는 세상 살기에 바빴고 ‘사랑타령’ 운운에 눈길 돌릴 마음의 여유조차 없었습니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듣게되는 그의 탁하고 애절한 목소리가 처음에는 좋았을 리 없었습니다.
‘내 사랑 내 곁에’ 같은 노래를 듣고 있으면 심지어 온 몸에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대중가요가 대개 그렇지만 그놈의 곱씹어 대는 ‘사랑타령’에 진력이 날 지경이었습니다. 역시 그의 노래는 이제 사랑에 눈을 뜨거나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노래였던 것입니다. 돌려 말하면 사랑에 울고불고 쓴맛 단맛을 경험한 사람들,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마음 아파하는 사람들에게나 어필하는 그런 노래 말입니다.
그런 내가 김현식의 앨범을 사게 된 것은 몇 년 전 초겨울 한국을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그때도 나는 한창 클래식에 빠져 있을 때여서 한국에 나갔다 하면 이것저것 마구 판을 사들일 때였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김현식의 앨범을 발견했습니다.
김현식은 나와 같은 직장동료였던 사람이 무척 좋아하던 가수였습니다. 그 사람은 노래를 부를 기회가 생기면 그 자리가 무슨 자리이든 상관없이 김현식의 노래만 불렀습니다. 나는 불현듯 그 동료가 생각나서 돈을 내며 픽 웃으며 그 판을 구입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장식장에 꽂아놓고 잊어버렸던 것입니다. 처음부터 그저 그 동료를 생각하며 기념으로 가지고 있을 생각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요즘 이 앨범을 다시 발견한 뒤로는 가끔, 김현식의 노래가 듣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기분이 울적하고 쓸쓸할 때 말입니다. 더구나 요즘같이 밤이 길고 흐린 날이 계속되면서 기분이 완전히 회색으로 변할 때나, 향수에 푹 젖어 있을 때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그렇다 하더라도 이제 나이도 있고 신분(?)도 있는데 하필이면 왜 김현식인가? 이제 와서야 그의 탁하고 애절한 목소리가 마음에 와 닿는가? 그렇다면 그 동안 나이를 먹으면서 나도 사랑에 울고불고 단맛 쓴맛을 보았기 때문일까?
결론을 말하면 당연히 그렇습니다! 입니다. 어느 듯 불혹의 나이를 훌쩍 뛰어 넘었으니 또한 사랑 한번 안해 보았을리 없습니다. 내가 나를 두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젊은 날 모르긴 몰라도 아마 ‘목숨’을 걸고 했을 것입니다. 아메바처럼 단세포로 변해가며. 도대체 아무 것도 생각하지 못하며 사랑에 빠졌을 것입니다. 사실 이것은 내 경우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그럴 것입니다.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한데, 불가사의하게도 젊은 날의 이 사랑이라는 것은 늘 실패를 예정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어떤 영화, 소설을 봐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내 사랑 내 곁에’라는 노래가 있고, 이른바 사랑노래는 세월이 지나도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불리우는 모양입니다. 사랑이` 영원한 것이라면 사랑 노래도 영원할 것이 확실합니다. 그래서 또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사랑’ 얘기가 나오면 누구나 야릇한 흥분에 사로잡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 모든 사랑은 멀리 있고 멀리 있어서 영원합니다. 완성된 사랑은 이미 사랑이 아닙니다.
그것은 때없이 나를 쓸쓸하고 애닯게 만듭니다. 아닌게 아니라 어울리지 않게 김현식의 노래까지 듣게 만듭니다. 그러나 나는 그게 싫다고 말하고 싶지 않습니다. 비록 호빵이나 군밤처럼 따뜻하고 구수하지 않을지 모르지만 오늘같이 흐리고 어두운 날에는 혼자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흘러간 노래나 들어보는 것도 괜찮지 싶습니다.
그런 모습이 청승맞다고 하는 사람은 아마도 사랑이 뭔지 모르는 철부지이거나 백년에 하나 나올까 말까한 돌연변이가 아니겠습니까?


- 김은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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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혁님은 아름다운교회 담임목사로 있으며, 시인, 칼럼니스트 등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는 <인간성으로서의 하나님>, 시집 <작은 꽃 한송이 되고 싶구나>,
<그대가 되고 싶습니다>, <기쁨아 너를 부르면 슬픔이 왜 앞서 오느냐>,
<다시 사랑하고 싶다>와 칼럼집 <험한 세상에 다리가 되어>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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