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가 2년 가까이 지속되면서 명예퇴직과 정리해고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 명예퇴직과 정리해고는 외환위기 직후 인력 구조조정 바람이 불면서 급증했다가 한때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다시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올 들어서는 연초부터 금융회사와 대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고용조정을 추진하고 있어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에 따른 실업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통계청의 ‘연도별 고용 동향 자료’를 보면 직장에 다니다 명예퇴직 조기퇴직 정리해고 등의 방식으로 실업자가 된 뒤 1년 안에 다시 취직을 하지 못해 실업자로 있는 사람이 지난해 12월 말 현재 3만6000명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03년 말의 3만2000명보다 4000명(12.5%) 늘어난 것이다.
이런 형태의 실업자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21만5000명(연 평균), 1999년 13만6000 수준으로 늘었다가 이후 2002년 2만2000명까지 줄었다. 그러나 경기가 침체에 빠지면서 2004년 말 3만6000명으로 다시 늘었다.
기업들이 상시 고용조정을 일반화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도 경기침체가 계속된다면 명예퇴직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고용조정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외환은행이 지난해 말 300명을 명예퇴직시킨 데 이어 국민은행은 이달 중 노동조합과의 협의를 거쳐 2만8000여명의 직원 가운데 2500명 가량을 명예퇴직시킬 예정이다.
또 지난해 극심한 내수 판매 부진으로 영업조직을 축소하는 등 구조조정에 나선 자동차 업체들도 연초부터 영업직 감량을 가속화하고 있다.
금재호 한국노동연구원 노동보험센터소장은 “명예퇴직이나 정리해고 방식의 고용조정은 비교적 좋은 일자리에서 나타나는 고용조정”이라며 “그러나 이들이 재취업할 수 있는 좋은 일자리는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다 자영업의 상황이 악화되고 있어 이들이 실업 상태로 남아 있을 위험은 더 커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겨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