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수많은 ‘채러티 숍(charity shop)’을 보고 한편 놀라고 한편으론 신기해한다. Oxfam(옥스팜), Cancer research UK(영국암재단), Help the Aged(노인구호재단) 등의 이름을 내건 가게다. 우리말로 ‘중고품 자선가게’로 번역할 수 있는 채러티 숍은 쓰던 생활물품을 기부받아 수리해 일반인들에게 판매한다. 이런 채러티 숍이 영국 전역에 무려 20만개나 깔려 있다.
▶채러티 숍은 서민들만 이용하는 게 아니다. 엘리자베스 여왕 등 왕실 가족과 상류층도 자신들이 쓰던 물건을 자주 내놓고 또 자주 사간다. 수익금은 불우아동, 노인, 암환자, 이재민, 국제난민들을 위해 쓰인다. 채러티 숍을 이용함으로써 국민 모두가 사회적 약자를 돕는 사회연대운동에 동참하는 것이다.
▶영국의 기부 문화는 이런 채러티 숍이 뿌리를 이루고 있다. 영국 성인의 3분의 2가 매년 채러티 숍에서 한 차례 이상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매달 기부금을 낸다는 보고도 있다. 기부문화가 일상 생활에서 체질화된 셈이다. 이러니 영국 자선단체들이 걷는 기부금이 연간 150억파운드(약 30조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과장이 아닌 것이다.
▶남아시아 지진해일 참사에서도 영국인들은 놀라운 ‘나눔의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자선단체들이 구호기금 모금에 나선 지 이틀 만에 3200만파운드(6150만달러)를 모았다. 영국민의 폭발적인 기부는 각국 정부가 원조금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데도 자극이 됐다. 영국 정부는 처음 150만파운드를 원조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5000만파운드(9600만달러)로 늘렸다. 미국도 1500만달러를 약속했다가 영국보다 인색하다는 비판에 지원액을 3억5000만달러로 늘렸다.
▶세계 12번째 경제대국이라는 한국도 인색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처음에 60만달러를 지원키로 했다가 이를 200만달러로 늘리더니 다시 여론에 따라 5000만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처음부터 그렇게 나갔더라면 더 보기 좋았을 텐데 말이다. 아쉬운 것은 우리 국민들의 모금이 저조하다는 점이다.
이웃이란 말의 의미도 옛날과 지금이 다르다. 과거에는 거리가 가까워야 이웃이라 했지만, 지금은 멀어도 관계가 깊으면 이웃이다. 해일 피해를 입은 남아시아 국가들은 우리와 경제관계가 갈수록 밀접해지고 있다. 지리적으로 멀어도 바로 우리 옆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는 새 이웃들이다.